[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선을 이틀 앞두고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되치기에 나섰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천문학적 이득을 챙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새로운 녹취록이 등장하면서다. 그간 '몸통'으로 지목받던 이 후보는 "진실이 드러났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며 대반격을 시도했다.
이 후보는 7일 부산시 중구 창선삼거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를 마친 뒤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논란을 언급하면서 "무려 4만명 가까운 피해자를 만든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침착하게 읽으면서 "당시 제대로 수사를 했더라면 피해가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대장동 사건의 진실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위대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했다. 이 후보는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도 썼다.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부산시 중구 창선삼거리에서 선거 유세를 마친 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가 언급한 '대장동의 진실'이란 전날 <뉴스타파>가 공개한 김만배씨 녹취록을 말한다. 앞서 <뉴스타파>는 김씨가 대장동 검찰 수사 직전인 지난해 9월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여기엔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당시 김씨가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박영수 변호사에게 소개했고, 박 변호사와 특별한 관계였던 주임검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사건을 잘 무마해 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변호사는 이후 박근혜 국정농단 특별검사를 맡았고 윤 후보는 수사팀장으로 특검팀에 합류했다.
이 후보는 이를 근거로 책임의 화살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돌렸다. 그동안 이 후보와 민주당은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부실 수사로 대장동 개발사업의 종잣돈이 마련됐다고 주장해왔다. 또 대장동 게이트는 김씨를 기점으로 한 법조계 비리로 규정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장동 의혹은 윤 후보가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면서 "이 범죄집단에게 종잣돈을 마련하도록 봐준 사람이 윤석열"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3차 법정 TV토론회에서도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을 하자면서 윤 후보를 압박했다. 당시 윤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며 자신을 추궁하자 "벌써 몇 번째 우려먹는지 모르겠다"며 "대선 끝나고 특검하자고 동의해 주시고, 문제가 드러나면 당선돼도 책임지자"고 맞받았다. 윤 후보는 "이것 보세요. 대선이 반장선거냐, 검찰이 수사 안 하고 덮었다"고 하자 이 후보는 물러서지 않고 "(특검)동의하십니까"라고 다섯 번을 외쳤다. 윤 후보가 답을 하지 않자 이 후보는 "대답을 안 하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 보십시오. 누가 진짜 몸통인지"라고 했고, 윤 후보는 "글쎄 뭐 거짓말에 워낙 달인이시다 보니까 뭐 못하는 말씀이 없으시다"고 응수했다.
2021년 11월3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가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도 파상공세로 전환했다. 강병원·조승래·백혜련 선대위 수석대변인 등은 "누가 대장동 범인이냐. 눈 감아준 윤석열 후보가 범인"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어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이 후보에게 누명을 씌운 윤 후보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며 적반하장 후안무치로 살아온 윤 후보는 후보 자격이 없다"고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김만배 녹취록, 정영학 녹취록, 남욱 진술서 등 언론을 통해 드러난 모든 관련 자료들이 윤 후보를 향한다"며 "특검만이 방법이고, 국회는 진실 규명을 위해 지체 없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두관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장동 범죄집단의 수호천사는 윤석열"이라며 "선거 이틀 전에 밝혀진 이 적나라한 진실 앞에 유권자 여러분의 심판을 기다린다"고 적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의 주범이 누구인지, 최고위직 법조인 출신이 다수 연루된 대장동 특혜를 눈감아준 당사자가 누구인지 명백히 드러났다"며 "윤 후보는 당장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국민의힘은 특검을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