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완성차 업계가 탄소중립 이슈에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은 견고한 상황이다. 엄격한 환경규제에 아직까지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한 전동화까지 2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을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8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가솔린차 등록 대수는 지난 2017년 70만8974대에서 2020년 93만3198대로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86만8354대로 8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반면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지난 2017년 1만3649대에서 2020년 3만1328대로 증가했고, 지난해 7만3873대로 급성장했다.
최근 5년간 가솔린차·전기차 등록 대수 (그래픽=뉴스토마토)
일각에서는 가솔린차의 신규 등록 대수는 줄고 전기차 등록대수가 늘어나는 상황을 두고 내연기관차 종식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친환경차 보급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고 반작용으로 내연기관 차 수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 특수성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론이다. 실제 현대차의 주요 수익 모델인 그랜저는 지난해 반도체 부족으로 아산공장이 중단되면서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때문에 2020년 14만5463대에 이르던 그랜저 판매량은 지난해 8만9084대로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내연기관의 종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의 종식의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반도체 이슈로 인한 생산 차질이 워낙 컸다"며 "자동차 제작사나 일반 전문가들은 내연기관 차가 종식되고 있다고 보기까지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2021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실제 친환경차 전체 등록대수에서는 여전히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등록대수에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의 합산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가솔린차는 등록대수가 줄었지만 약 60%의 비중을 차지했다.
친환경차 등록대수가 내연기관차 등록대수를 역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40년이 친환경차가 내연기관차를 역전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전기차 보다 많은 종류의 가솔린 신차가 예고돼 있다. 국내 인기 모델인 현대차의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의 스포티지 역시 풀체인지나 페이스리프트는 아니지만 LPG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고, 디젤 게이트로 6년간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폭스바겐 8세대도 다시 출시됐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