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돌풍·침엽수림 '3대 악재'로 산불 참사 커졌다

“강한 고기압 영향으로 맑은 날씨 지속”
“동해안 소나무밭, 송진은 휘발유 역할”
“’양간지풍’ 돌풍에 불길 순식간에 번져”

입력 : 2022-03-07 오후 5:26:29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올해 동해안 지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피해가 큰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거센 바람, 침엽수림으로 구성된 특성이 합쳐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합적 원인이 합쳐지며 대형 산불 피해로 번졌다는 해석이다.
 
지난 4일부터 발생한 산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동해안 산불로 인해 7일 오전 6시까지 1만6755ha의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면적(60.5ha)의 4분의1이상을 넘긴 것으로 피해 이재민만 7355명에 달한다. 역대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발생시켰는데, 여전히 불길이 계속되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대형 산불 발생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건조한 날씨와 동해안 지역 침엽수림의 특성, 그리고 거센 바람을 꼽았다. 겨울철 강수량이 적은 것은 맞지만 올겨울에는 유독 비와 눈이 내리지 않았고, 산림이 메마른 상태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이창우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올겨울은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 상태로 평년 대비 강수량이 약 14% 정도에 불과하다”며 “건조한 상황이 이어져 나무와 낙엽이 바싹 마른 상태”라고 전했다. 기상청이 7일 발표한 ‘2021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 2월까지 전국 강수량은 13.3㎜로 1973년 이래 가장 적었다
 
급속도로 번진 산불은 동해안 지역 산림에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 분포가 높은 것도 원인이다. 이 연구과장은 “소나무 송진의 경우 정유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활엽수보다 불에 타는 에너지가 약 1.4배 정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동해안 산림이 불쏘시개 장작처럼 메마른 상태에서 휘발유까지 뿌려져 있는 셈이다.
 
강한 고기압의 형성으로 저기압이 상승하지 못한 것도 산불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박수진 강원지방 기상청 예보관에 따르면 “중국과 한반도에 걸친 고기압 영향으로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졌던 것”이라며 “남쪽에 형성된 저기압이 올라오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면서 두 기압 차가 한반도 내에 발생해 강한 바람이 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기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며 바람이 발생하게 되는데, 강한 두 기압 차 사이에 한반도가 끼면서 거센 바람이 생성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과장은 “최근 강원 지역에서 순간 풍속이 거셀 때는 25m 정도”라며 “강한 바람이 불 때 불씨가 들어오게 되면 불이 순식간에 확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강풍은 강원 양양군과 강릉시 사이 바람이라는 뜻에‘양간지풍’이라고 칭한다. 지역민들은 불을 몰고 온다고 해 ‘화풍’이라고도 부른다.
 
이번 산불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향으로 보는 시각은 상반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과학 전문가는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고, 산불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이를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밝혔다. 반면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최근 기후 변화 탓에 여름철 습하고 겨울철 건조한 진폭이 커졌다”며 “이 때문에 늦겨울에 영동이나 경북 지역에 건조해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건조한 날씨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 예보관은 “한반도 내 머무른 고기압이 차차 물러가며 13일과 14일, 강원도 내 비 소식이 예정돼 있다”면서도 “그간 가뭄이 극심했던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6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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