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어게인(Again) 2002년 승리를 함께 만들어달라”, “촛불의 재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으로 이끌었던 지난 2002년 대선을 재현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하루 전날에도 지지자들이 가족·친구·이웃 등에게 밤새 연락을 돌려 지지를 호소하면서 승리했다. 노 전 대통령과 같이 어려운 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을 유도한 것이다.
또 이 후보는 문재인 정권을 만든 촛불시위의 중심지, 광화문에 서서 ‘상록수’를 부르며 눈물을 훔쳤다. 시민들도 이 후보를 따라 상록수를 부르면서 광장은 2016년 촛불시위 당시를 재현한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아직까지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한 친문을 겨냥, 문 대통령과 함께 광장에 선 ‘동지’라는 점을 강조한 행보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서울 중구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대한민국의 운명과 우리 국민들의 미래가 달린 이 역사적인 대회전의 장에서 마지막 단 한 사람까지 참여해 어게인 2002, 승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후보가 도착하기 전 노 전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보여주면서 지지층의 향수와 위기감을 자극했다.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지층이 결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김구 선생이 못 다 이룬 자주독립, 김대중 대통령이 못 다 이룬 평화통일의 꿈, 노 전 대통령이 못 다 이룬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문 대통령이 꿈꾸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6년 촛불시위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광화문에 섰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친문을 겨냥해 같은 당의 ‘동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게다가 이 후보는 마지막 공식유세를 진행하는 동안 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착용하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 공식유세를 광화문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바로 그 역사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대한민국 헌법 1조가 그저 말이 아니라 국민의 가슴 깊이 생생히 살아있음을, 국민이 진정한 주인임을 우리는 이곳 청계광장, 그리고 광화문에서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헌법 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다.
이 후보는 “억강부약, 대동세상은 바로 이재명의 꿈”이라고 소개하며 “강자의 부당한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보듬어 함께 사는 나라, 생활고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3월10일 우리가 1700만이 촛불로 꿈꿨던 나라, 국민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나라, 국민이 화합하는 새 나라에서 만나자”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광화문에 모인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이날 광화문에 모인 인원은 약 6만명(민주당 추산)으로, 시민들은 2016년 들었던 촛불 대신 핸드폰 카메라 불빛을 들고 모였다. 이들이 발 디딜 틈없이 청계광장을 꽉 채우면서 “이재명”을 연호할 때마다 소리가 울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집중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이 후보는 세계여성의날인 이날 부동층으로 꼽히는 2030 여성 표심을 흔들었다. 이 후보는 이날 청계천에서 공식 유세를 마친 뒤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한 시민이 ‘박지현을 지켜달라’고 호소하자 “가슴 아프다”며 “남녀가 편을 갈라 싸우는 원인은 오래 전부터 쌓인 구조적인 성 격차가 고착화되어서 해소되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안에서 청년들은 경렬하게 경쟁해서 오징어 게임처럼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해서 남녀가 편을 가르게 된 측면도 있다”며 “문제 해결은 성장이 늘면 갈등의 요인이 줄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도 이 후보가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젠더 갈라치기로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일상을 살 때 여성이 안전한 사회, 면접을 볼 때 애기를 언제 낳을 것니냐, 결혼 언제 할 것이냐는 질문을 안 받는 게 당연한 사회를 만드려면 이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030 여성들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 막판까지 여성 표심을 흔들기 위해 홍대를 사실상 마지막 연설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맞서 (이 후보가) 여성 안전을 일관되게 (주장)하다보니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실제로 (2030여성 지지율이) 8% 이상 확 올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후보도 여성 커뮤니티를 찾아 “여러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을 보니 격려의 말보다는 ‘이제 신변 위협으로부터 박지현을 지켜줘야 한다’는 호소가 더 많아보였다”며 “여전히 여성의 고통을 다 알지 못하지만 끊임없이 경청하고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겠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성 관련 정책을 새로 선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남녀의 화장실 수가 똑같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남자들은 화장실이 텅텅 비었는데 여자들은 줄이 쭉 서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공공화장실을 만들 때 여성들의 화장실 수를 1.5배 더 만들자”며 “남성의 입장에서는 배려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권리다. 다름이 다를 뿐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세계여성의날인 8일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제공)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