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당선인은 정해졌지만, 20대 대선이 탄생시킨 고소·고발장은 남았다. 후보와 그 주변인을 향한 고발부터 각 당 주요 인사를 향한 고발까지 700건이 넘는 고발장이 검찰로 날아들었다. 이번 대선에 '고발 전쟁'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이유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니만큼 멈춰 섰던 수사가 재개될 전망이다. 다만, 정권을 다시 잡은 국민의힘을 향한 수사는 다소 힘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9일 자정 기준 제20대 대통령 선거 관련 선거사범으로 입건된 사람은 총 732명이다. 이 중 9명이 구속됐고, 29명이 불기소 처분받았으며, 698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정당 또는 시민단체가 고소·고발 건이 600건이 넘는다. 특별한 각사 하유가 없는 한, 검찰은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상대방 이미지를 깎아 내리기에 좋은 선택지인 것이다.
이번 대선이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로 치달으며 선거사범뿐만 아니라 후보와 각 당을 관계자를 둘러싼 고소·고발도 이어졌다. 이 후보 측에 제기된 고발은 △대장동 개발 특혜 관련 의혹 △성남FC 후원금 강요 의혹 △아내 김혜경 씨 공무원 사적 동원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검사 사칭 전과 기록 허위 소명 의혹 등이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에게 이 후보 선거운동 SNS 참여 의혹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각종 허위사실 유포 고발도 이어졌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윤석열 후보가 사법연수원생 1000명을 뽑을 때 9번 만에 합격했다는 발언을 해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무속인의 말을 듣고 신천지 압수수색을 포기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검찰에 고발됐다.
윤석열 당선인 측에 쌓인 고발장도 만만치 않다. △고발사주 의혹△대장동 개발 특혜 관련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 △군 면제를 위한 부정시 조작 의혹 △아내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이 있다. 특히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 당선인을 30여차례 고발하기도 했다. 당사자 동의 없는 선거대책본부 임명장 발급으로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도 고발됐다.
허위사실 유포죄 혐의 고발장은 국민의힘 쪽에도 쏟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전 대표와 민경욱 전 의원을 사전투표 조작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 이양수·최지현 대변인은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허위 논평을 냈다며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검찰은 이날 선거사범 관련 통계를 발표하며 "소속 정당·지위 고하 등에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며 공소유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서는 몇몇 건은 윤 당선인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추론이 나온다.
형사 사건을 다수 다룬 한 변호사는 "지난 2008년 17대 대선 당시 BBK 주가 조작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사 받았지만, 당선인이 되면서 결국 무혐의 처분됐다가 최근에서야 유죄 판결 받지 않았는가"라며 "대장동이나 도이치모터스, 성남FC 사건 등 처리가 늦어진 것도 결국 선거 결과에 따라 움직이는 검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뉴시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