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2.25%로 두 달째 동결했다. 시장보다는 정부의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해외 불안 요인 대비해야"
한은은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에서 "최근 국내 경기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전년동월대비로 대부분 수요와 생산지표들이 증가세를 보였고, 이런 성장세는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 변수였다. 한은은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가능성, 유럽국가 재정문제 등이 성장의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소비자물가는 상승률이 2%대 중후반이나 경기가 상승하면서 수요 압력이 높아져 물가 인상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시장 예상과 어긋나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절반 이상(52%)이 금리 인상을 점쳤었다. 7월 인상 이후 8월 동결, 9월 인상으로 '징검다리'식 전략을 예상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 2.25%의 기준금리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이번달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월에 비해 두달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7월까지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8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한은, 기획재정부 모두 4분기부터 물가상승 압력이 커져 전년비 상승률이 3%를 웃돌것으로 전망한 상황이라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컸었다.
결국 한은이 이런 상황에도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정부의 경기 둔화 우려를 적극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 인상을 했어야 되는데 안했다"며 "시장 보다는 정부쪽 입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국내 거시 지표가 견조했고 하반기 물가가 3% 정도 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물가 견제 차원에서 인상을 예상했는데 의외 결과"라며 "경기를 보수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금리 인상 타이밍 놓칠 수도..."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정부의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번에는 올리는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7%대 성장세, 3%대 물가에 비해 현 기준금리는 지나치게 낮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경제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해외 국가의 경기나 물가상승 압력이 다른 상황인데 계속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와 연계하면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올해 금통위는 이제 3번 남았다. 한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시장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