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용산 시대'가 가져오는 3가지 변화

입력 : 2022-03-18 오전 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용산 대통령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이 아니라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장소는 달라지지만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공언했다. 김 대변인의 개인 생각이 아니라면 윤 당선인은 거론되고 있는 정부청사와 용산 국방부 청사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 청사는 본 청사와 별관인 외교부 청사를 모두 검토했지만 대통령 집무실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 관저 역시 청와대가 아니라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장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외교장관 공관이 유력시 되고 있다. 그렇다면 위치를 감안하고 이동 거리를 검토할 때 국방부 청사가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국방부 청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몇 가지 이유는 헬기장, 벙커, 보안의 3박자가 갖추어진 곳으로 드문 장소이기 때문이다. 정부 청사의 경우 헬기장, 벙커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유사시 대통령의 신변 안전과 신속 이동을 위해 가까운 곳에 헬기장이 있어야 하고 예상치 않은 돌발 공격을 받았을 때 지하 벙커는 필수적이다. 여기에 청사 시설 자체가 보안에 충실한 설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대규모 인원이 들어가는 건물 중에서 삼박자를 갖추고 있는 곳은 국방부 청사가 거의 유일하다. 청사 바로 옆에 헬기장이 갖추어져 있고 군 수뇌부가 근무하기 때문에 군사 시설로 벙커가 마련되어 있다. 보안 역시 층별로 모두 검문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별도 보안 시설을 갖추지 않더라도 웬만한 보안 인프라는 갖추고 있는 셈이다.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부터도 이태원을 관통하면 불과 10여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광화문 시대가 아니라 용산 시대가 더 유력시 되는 이유다.
 
용산 시대가 열린다면 어떤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첫째는 통치 장소의 변화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대통령이 머물러 왔던 역사적인 장소다. 그렇지만 그 역사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대 시위 속에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최장기 집권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하의 총탄에 쓰러지고 말았다.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었다. 그 후에도 청와대는 권력과 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거친 이후에도 청와대의 기운은 그렇게 상서롭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말기 IMF 외환위기를 맞이했고 청와대를 거쳐 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영욕을 함께 했던 장소가 청와대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두 사람 모두 감옥으로 가는 비극의 통치 역사였다.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가 아닌 장소를 택하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통치 역사의 큰 '변화'다.
 
새 정부의 용산 시대가 열린다면 두 번째로 가져오는 기대감은 '소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를 천명했을 때 국민들이 가장 기대한 것은 대통령과 소통이었다. 많은 기대와 여망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통합, 소통, 협치에 충분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윤 당선인이 외교부 장관 공관을 새로 단장하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출근한다면 교통 통제에 대한 일반인의 불편함을 지적하지만 교통 체계를 잘 운용한다면 좀 더 원활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민들이 불편함을 조금 감수해 대통령이 더 큰 '소통'의 발걸음 내디딘다면 환영할 일이다. 윤 당선인이 출퇴근을 하면서 국민을 바라보고 때로는 도중에 내려 국민들과 한 번이라고 인사를 나누고 소통을 시도한다면 그것만으로 소통의 큰 물꼬를 터는 일이다. 매일매일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소통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용산 대통령 시대는 통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청와대라는 권력의 상징적인 구중궁궐 같은 장소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근무하는 건물에서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어울릴 때 통합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국방부 청사가 있는 삼각지에서 불과 20여 분이면 여의도 국회에 도착한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가까운 곳인 국회를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여야 국회의원들과 식사도 하고 회의도 가진다면 이보다 더한 통합의 조건이 있겠는가. 모든 변화는 고통을 수반하고 소통과 통합에는 지도자의 결단과 고뇌가 뒤따른다. 용산 대통령 시대는 중국, 일본, 미국 등 강대국의 오욕의 역사가 발을 내디뎠던 용산 땅위에 우리의 주체성과 정체성으로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을 우뚝 세운다는 의미에서 더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검토했다가 백지화된 광화문 청사 입주에 더 이상 미련을 둘 이유는 없다. 용산 시대를 여는 것만으로 기존 정치에 획기적인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국방부 청사 입주라 안보를 챙겨야 하는 대통령의 자리로 제격이다. 명당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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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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