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불평등 구조 직시하고 노동정책 내놔야”

“비정규직·5인 미만 사업장 등 노동자 차별 없어야”
“여성·장애인 등 사회 약자 향한 노동권 보장 절실”

입력 : 2022-03-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노동계는 새 정부가 노동자들이 차별을 받는 현실 구조를 직시하고 이에 걸맞은 노동정책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시절 내놓은 노동정책들이 현실과 괴리됐다는 평가에서다.
 
민주노총은 17일 윤 당선인의 노동 공약을 한국의 70년대, 80년대에 머무른 후진적 공약이라고 평했다. 노동 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한 기업의 성장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 시간 유연화는 재계와 사용자 단체의 이윤은 극대화되는 반면 노동자는 건강권의 심각한 침해와 더불어 과로사에 내몰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이 노동시간 유연화를 내세운 것도 문제 삼았다. 현재 한국의 법정 노동시간은 최대 주 52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일부 대기업 노동자 중에는 이 같은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성토가 나올 정도로 여전히 과도한 업무를 부여받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위원장은 “장시간 노동으로 그동안 산재가 굉장히 많았다”며 “윤 후보의 정책은 한국 사회를 퇴행하게 만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로 꼽히고 있으며, 20년간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발생 최상위권에 속한다.
 
비정규직 등 노동자 간 존재하는 불평등을 없앨 것도 주장했다. 한국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구성돼 있다. 우 위원장은 “이러한 기형적인 노동구조의 피해는 청년들이 짊어지게 된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노동법에서 배제되는 것도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양경수(왼쪽)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오른쪽)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며 일하는 모든 사람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 내의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 감축과 고용안정실현, 최저임금 현실화를 차기 정부에서 진정성 있게 실현돼야 한다”며 “헌법에 있는 노동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해야 하고, 실제로 노동하는 시간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노동 공약이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서영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오늘 인수위 구성이 나왔는데 공공의료 전문가는 없다”며 “이는 윤 당선인이 후보 공약에 공공의료 관련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 이후 공공병원 확충과 의료인력 증원은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코로나 이전부터 의료 공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실정이다. 이 위원은 “지방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을 제안했지만, 이미 서울보다 연봉을 더 많이 줘도 의사들이 오지 않고 있다”며 “실패한 정책을 다시 하겠다고 내놓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 여겨지는 여성과 장애인 등에 대한 노동 권리를 보장할 것도 요구된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윤 당선인이 공약에서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성별근로 공시제,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장을 약속했는데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별근로공시제는 채용부터 퇴직까지 전 과정에서 성별 격차 실태를 드러내는 제도다. 노동자 아닌 노동자는 미용사, 백화점 매장 판매원, 웨딩플래너, 텔레마케터, 학습지 교사 등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개인사업자로 돼 있는데, 이 때문에 법률상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이러한 공약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한다. 성별근로공시제의 경우에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열어둔 만큼 실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노동자 인정 부분도 관련 법률 보완 등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만큼 이를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애인 일자리와 이동수단에 대한 공약도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은 장애인 디지털 훈련센터를 17개로 늘리고, 시각장애인 안마사 일자리를 창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정창조 간사는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며 “장애인 고용률이 굉장히 낮은 상황에서 훈련센터를 늘리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꼬집었다.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이 최저임금에서 제외된 법률 조항을 폐지하고,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게 법 위반 시 고용부담금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간사는 “고용부담금이 현재 최저임금의 60~100%로 돼 있어,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고용부담금을 내는 게 훨씬 이익이라고 판단한다”며 “말만 부담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담을 느낄 수 있게 금액을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것도 노동과 관련돼 있다며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 간사는 “이동권은 직장으로 출근할 수 있게 하고, 직장인이 될 기반을 닦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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