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박지현(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당시 중앙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향한 2030 여성들의 지지가 대선이 끝나고도 계속되고 있다. 이 고문의 팬임을 자처한 일부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끊임없이 관련 게시물을 생성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2일 오후 3시 기준 이 고문의 네이버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은 회원 14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10일 개설된 팬카페는 7일 만에 10만명 문턱을 넘었다. 현재 전체 게시 글도 19만개를 넘어서며 활발한 소통의 장이 됐다.
'더쿠' 등 여성 회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들을 '개딸', 이 고문을 '재명 아빠'로 칭하며 친근감을 표현하는 여성 누리꾼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개딸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배우 성동일이 극중 딸인 가수 정은지를 지칭하는 말로 '성격이 드센 딸'이라는 의미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팬카페 메인 화면. (사진=네이버 카페 갈무리)
개딸들은 이 고문 SNS에 직접 메시지를 보내 답장이 오면 이를 인증하며 주위와 소통하고 있다. 한 누리꾼이 "건강해서 5년 뒤에 청와대 가라잖아"라고 하자, 이 고문은 "우리 개딸님 고맙잖아. 사랑합니다"라고 답장했다. 다른 누리꾼이 "아빠 사랑하자나"라고 보낸 메시지에 이 고문은 "고맙자나"라고 답하기도 했다. '잖아'를 '잔아', '자나' 등으로 쓰는 것은 최근 유행하는 '자나체'의 표현이다.
이외에도 여성 누리꾼들은 이 고문이 동물 친칠라와 닮았다며 이 고문과 친칠라를 합성한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이재명과 친칠라를 합해 일명 '잼칠라'로 불린다.
이러한 2030 여성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오프라인 입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대선 직후인 10일부터 15일까지 11만7700명이 신규 권리당원으로 입당했다고 밝혔다. 충북도당의 경우 신규 가입자의 70%가 젊은 여성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당은 10일부터 이틀간 온라인 입당자 1만1000여명 가운데 80%가 여성이고, 2030여성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이 만든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과 동물 친칠라를 합성한 이미지. (사진=더쿠 홈페이지 갈무리)
애초 이 고문은 형수 욕설 파문과 모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불거지며 여성 표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혐오 이미지와 가까웠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등 이른바 '젠더 갈라치기' 논란을 이어가자, 일명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활동가를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여성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대선 막판까지 마음을 정하지 않았던 2030 여성들은 윤 당선인을 향한 분노를 표심으로 분출하며 이 고문을 선택했다. 9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 지지율은 윤석열 58.7% 대 이재명 36.3%였지만, 20대 여성에서는 이재명 58.0% 대 윤석열 33.8%로 정반대였다. 또 30대 남성 윤석열 52.8% 대 이재명 42.6%였지만 30대 여성에서는 이재명 49.7% 대 윤석열 43.8%로 역시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2030 여성 표심의 결집으로 이 고문은 대선을 혼전으로 몰고갈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선 직후 벌어지는 현상인 만큼 팬덤화 유무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선이 막 끝난 데다 여가부 폐지 등을 주장하는 윤 당선인에 대한 섭섭한 감정 등이 일부 드러난 것"이라면서도 "이후 차기 정부의 여성 정책 등에 따라 팬덤화 정착 여부가 정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2030세대의 특징은 실용적"이라며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도움이 되면 언제든지 지지 후보는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