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7월25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라인 가동이 현재 중단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주기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윤 당선인 측이 답을 줄 때까지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먼저 연락할 일 없다"는 입장이어서 회동 성사 여부조차 안갯속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실무라인의 협상은 하지 않고 있다"며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조건 없는 만남을 거듭 제안한 상황에서, 이제는 차분하게 윤 당선인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참모회의에서 "저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곧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 나누고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 무슨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윤 당선인의 결단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 제안에 윤 당선인 측에서는 아직까지 그 어떤 답도 주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의 회동 제안 직후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청와대에서는 윤 당선인의 공식적인 입장으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이 다음주 지방 방문 등을 계획하는 등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배제한 일정을 짜고 있는 점은 분명 적신호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에도 회동 진행을 위한 협상 실무라인을 가동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양측의 실무라인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간에 사전 의제 조율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직접 회동을 다시 제안했다는 이야기였다.
이 관계자는 "지금 대통령이 4번이나 손을 내밀고 직접 말씀했고, (당선인)스스로 판단해 달라고 했다"며 "답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인이 대통령을 찾아뵙고 예방을 하는 회동인데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해야 되냐"며 "이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조응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16일 광주 서구 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실무라인의 교체를 제안했다. 그는 이철희 수석과 장제원 비서실장, 두 사람이 "개인적인 감정까지 같이 소환해서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한다"며 “실무 담당자를 하나씩 더 끼워서 복수를 하든가 차라리 바꾸든가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 같은 주장을 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이) 20대 국회 때 정쟁의 최전선인 법사위에서 육박전을 하거나 뒹굴던 사이"라며 "만나다 보니 마음에 안 들고 또 옛날 생각나서 서로 아픈 데 건드리고 그런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 지연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사람의 과거 감정도 하나의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