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선거 이후 꾸려진 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여성가족부가 폐지되고 보건복지부는 보건부로 독립될 것이란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보건부 독립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다. 당시 그는 메니페스토실천본부 정책공약 질의·답변을 통해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보건의료 정책 수요가 증가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안목을 가진 보건의료 정책 수립이 추진돼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인수위 방침이 보건부 독립으로 이어지면 연쇄 효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도 미칠 수 있다. 현 보건복지부에서 복지를 담당하는 인원을 제외한 보건부 인력 400여명에 식약처 일부 기능을 더하는 조직 개편이 고려된다. 이 경우 의약품, 의료기기 등 식약처가 담당했던 업무가 보건부로 편입될 수 있다. 남은 식품 분야 업무는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식약처는 그동안 독립적인 위치에서 의약품, 의료기기 허가심사 업무를 맡으면서 식품 안전 위협에도 대응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 백신과 치료제 허가권자 역할도 맡게 되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식약처가 갖는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인수위의 조직 개편 구상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제약바이오 강국을 만들겠다던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떠올리면 보건부 독립에 따른 식약처 흡수는 상식적이지 않은 처사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제약바이오 주권 확립으로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다고도 공약했다. 이 공약이 지켜지려면 보건부 흡수가 아니라 식약처 기능 강화로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인력을 쪼개고 여러 부처에 귀속시켜 기능을 분산하는 쪽이 아니라 허가심사 인력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식약처 쪼개기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한 부처에서 보건 분야와 의약 분야를 주관하는 나라도 여럿 있지만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에 먹거리와 의약 분야 총괄을 맡겼다. 그 결과 FDA는 전 세계 의약품 허가당국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전문성을 갖춰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FDA가 이 같은 명성을 얻은 것은 오랜 기간 대규모 인력을 거느리면서 독립성을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식약처가 나뉘면 FDA와는 정반대 길을 걷게 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식약처가 독자적으로 쌓은 경험과 전문성, 당선인의 제약바이오 강국 실현 도약, 세계적인 흐름 등 전반적인 맥락만 놓고 보더라도 식약처 쪼개기는 석득력을 얻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인수위에선 조직 개편을 두고 막바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제약바이오를 포함해 어떤 분야든 산업계가 발전하려면 적절한 지원과 규제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새 정부의 첫걸음이 멀쩡한 식약처 쪼개기가 되지 않길 바란다.
산업2부 동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