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최근 '주총 시즌'에는 여성 사외이사 바람이 불었다. 올해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첫 여성 이사 선임이 잇따른 것이다. 조선·중공업·석유화학·방산·자동차 등 이른바 '중후장대' 부문도 영입 '러쉬'가 활발했다.
4일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120곳 기업의 신규 이사 중 43%가 여성이었다.
전통 제조업으로 '남초'가 강했던 중후장대 업종에서 여성 신규 이사 선임이 잇따랐다.
GS(078930)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카카오 부사장을 지낸 문효은 아트벤체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왼쪽부터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GS 사외이사), 박현정 교수(현대중공업 사외이사), 이윤정 변호사(삼성전기 사외이사). 사진/연합뉴스 및 삼성전기
이미 기존에 여성 이사가 존재하는 기업들은 추가 영입을 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전기(009150)는 지난 16일 주총에서 이윤정 변호사를 선임함으로써 사외이사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삼성 관계사 중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기아(000270)는 2년 연속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해
현대차(005380)그룹에서 유일하게 2명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LG화학은 첫 여성 사외이사 선임 때 여성 2명을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행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발전에 의의가 있다고 여기면서도 더 과감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 대표성 높이는 일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사가 된 분들이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고, 문제를 바라보는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행)에 있어 사회적이든 유전적이든 성별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다"면서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남성이 기업 고위직을 많이 차지하고 있어 위험 지향적인 의사결정을 한 측면도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또 "사외이사는 자칫하면 구색맞추기가 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기업 내 승진 체계를 통한 사내이사 선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오는 8월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은 최근 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의 이사로 구성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지난 2020년 신설돼 올해까지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