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중구는 매일 출퇴근하는 서울시민은 30~40만명에 달한다. 중심지에 있기 때문에 서울 웬만한 강북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중간에 있는 중구를 지나칠 수 밖에 없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는 대부분의 시민들도 서울역이 있는 중구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매일 중구를 지나는 유동인구는 200만~300만명에 달한다.
반면 중구민은 12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균 보다 3분의1 수준으로 거주민이 적다. 거주민 대비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중구민들은 생활공간 안에서 외부인들로 인한 교통체증, 보행권 침해, 쓰레기 발생 등의 문제를 감내하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해 받는 보상, 인센티브는 전혀 없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중구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도심지에 살아 피해를 봤다면, 이제는 도심지에 살기 때문에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경제개발공사를 설립해 이윤을 만들고, 차원이 다른 행정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이 지난 31일 중구청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중구)
'행정복합청사와 서울메이커스파크'로 '공간복지' 실현
중구는 면적은 서울 전체의 1.6%에 불과하지만 온갖 상업·행정시설이 다 모여있다. 이렇다보니 정작 주민이 누릴 문화,체육,복지,교육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 구청장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간복지 전략을 세웠고, 대표적인 예가 '행정복합청사와 서울메이커스파크(SMP)' 건립이다.
이 사업의 핵신은 구민 밀착행정이 필요한 곳에는 행정청사를 배치하고, 도심산업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산업지원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충무아트센터 공연장과 지금의 구청의 위치를 맞바꾸는 작업으로, 신축하지 않고도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충무아트센터 주변은 주거시설이 많고, 중구에는 상업시설이 많은데, 서 구청장은 이에 대해 "엇갈린 행정의 수요와 공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무아트센터(공연장) 부지로 청사를 옮긴 후에는 구의회·스포츠센터·도서관·어린이집 등 주민을 위한 생활SOC를 집중 배치하는데, 이것이 바로 '행복복합청사'다. 대부분의 중구민이 걸어서 10분 이내 종합행정서비스와 각종 생활편의를 누리게 된다.
반대로 지금 구청 자리에는 대규모 객석을 갖춘 공연시설은 물론 도심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인쇄지원센터가 들어선다. 특히 인쇄지원센터에는 산업 임대공간과 창업·교육센터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등을 복합화해 산업·주거·문화시설인 'SMP'도 만든다.
서 구청장은 "시내 한복판에 아무도 살지 않는, 인쇄소만 밀집한 곳에 중구청이 덩그러니 있다"며 "충무아트홀이 위치한 곳은 중구민들의 70~80%가 사는 곳이기 때문에 주거 밀집지역으로 청사를 옮기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명동과 을지로에 이어지는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 이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내년 하반기 착공,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설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메이커스(SMP) 파크 조감도. (사진=중구)
'경제개발공사'로 구정 이익 극대화
서 구청장은 부지 교환과 추가 시설 건립에 이어, 중구민들의 공간 복지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방안이 서울 자치구 최초로 '경제개발공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서 구청장이 중구에 경제개발공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임대료 등의 수익을 주민 복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 구청장은 중구시설관리공단을 경제개발공사로 전환하는 형태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시설관리공단이 주차장·체육시설 관리처럼 단순 위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며 구청의 예산이 투입되는 곳이었다면, 앞으로 설립될 경제개발공사는 토지와 건축물의 취득·개발·공급 등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중구민을 위한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중구는 123개 공공자산 시설 중 75개 시설을 선정해 순차적으로 주거·상업·생활편의 시설로 복합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등의 수익을 행정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서 구청장의 목표다.
서 구청장은 "현재는 SH·LH 등 외부 협력개발기관이 수익의 상당부분을 가져가지만 경제개발공사가 설립되면 이 수익을 공공예산으로 가져와 주민을 위한 생활복지 서비스를 파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구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또 다시 주민에게 이용료를 받고 있는 공공체육시설을 전액 무료로 전환한다든지, 주민 필요에 맞는 서비스들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구 행정복합청사 조감도. (사진=중구)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