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혐의'…서울중앙지검장의 딜레마

12번째 무혐의 보고…수사팀 의견대로 결론날 듯
중앙지검 "증거분석·법리 등 종합해 신속히 판단"
추미애 전 장관, 윤석열 총장 시절 수사지휘권 배제
2년 가까이 결론 못 내면서 중앙지검장 책임으로

입력 : 2022-04-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검찰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조만간 최종 결론을 낼 전망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이동재 채널A 전 기자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수사팀이 지난 4일 최종적으로 한 부원장에 대한 무혐의 보고까지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발표를 준비하면서 사건 처리 시점에 대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검장은 조만간 한 전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관련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이선혁)은 지난 4일 채널 A 사건 관련 수사 경과보고를 했다. 보고에는 이선혁 부장검사와 수사 주임검사인 김정훈 부부장검사, 정진우 제1차장검사가 참석했다.
 
법조계는 이 지검장의 결재에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 보고가 끝나면 통상 며칠 내로 결재가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검장이라고 해도 수사팀 의견에 반대되는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보고에 대해 "오후 5시부터 1시간 가량 수사팀이 보고 과정을 거쳤다"며 "증거분석 상황과 관련 법리 등을 종합해 신속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널A 사건의 처분권은 현재 이 지검장에게 있다. 2020년 7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배제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한 전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던 이성윤 현 서울고검장이 수사팀의 무혐의 의견을 수차례 반려하며 공이 이정수 지검장에게까지 온 것이다. 이성윤 전 지검장은 한 전 검사장의 아이폰 포렌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일보>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 전 장관이 박탈한 검찰총장의 채널A 사건 지휘권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내용과 함께 이 지검장이 한 전 검사장에 대한 처분을 놓고 "일주일만 기다려 보자"고 했다는 보도까지 하면서 여론의 압박도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최근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로부터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지검장이 한 전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하는 데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채널A와 한 전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은 현 정권이 검찰과 언론개혁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상징적 이슈였다. 이 지검장이 사건 처리 시점을 놓고 고심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 전 기자가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에서 한 전 지검장까지 무혐의 처분받으면 문 정부의 검찰개혁은 사실상 실패한 개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장 발표도 압박으로 다가온다. 민주당이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검찰·언론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다음 주에 이뤄질 의원총회에서 본격적인 토론을 통해 공식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검찰·언론개혁 관련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간사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지난 1월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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