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송영길 불가론… 대안은 누구?

서울 지역 이어 친문계까지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 반대"
박영선·신인급 인사 물망…"누가 나와도 민주당 고정 지지 확보"

입력 : 2022-04-06 오후 4:27:33
송영길(왼쪽) 전 민주당 대표와 김진표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민주당 내 불가론이 확산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당내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며 '인물부재론'을 띄운 상황에서 "송 전 대표 말고도 대안은 충분하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송 전 대표는 6일 서울 지역 일부 의원들과 비공개 오찬을 함께하며 본격적인 대외 행보에 들어갔다. 지난 1일 "당원으로서 직책과 직분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겠다"며 서울시장 출마의 뜻을 밝힌 지 닷새 만이다. 송 전 대표는 중앙당 광역단체장 후보 등록 기한인 7일 등록을 마칠 계획이다.
 
송 전 대표의 정면돌파 선언에도 여전히 당내에는 반대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 친문계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 소속 의원 13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인물부재론이라는 아전인수격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며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 대열에 혼선을 주지 말고 책임 있게 행동하기를 촉구한다"고 불출마를 압박했다. 성명에는 도종환, 강병원, 고영인, 김영배, 김종민, 맹성규, 신동근, 이광재, 정태호, 최인호, 최종윤, 한병도, 홍영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2020년 11월 친문계 의원 50여명의 참여 아래 탄생한 모임이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달 31일 김민석, 남인순, 우상호, 정청래, 김영배 의원 등 서울에 지역구를 둔 20여명은 모임을 갖고 대선 패배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뜻을 모았다. 김민석 의원은 4일 홀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 데 대한 대국민 설명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반대파들은 가장 먼저 송 전 대표의 출마 명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수장이 곧바로 지방선거에 나선 전례가 없고, 서울시장 후보자로서 지역 연고가 없는 송 전 대표의 배경적 한계를 지적했다. 또 1월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86세대의 용퇴를 주장해놓고 본인은 자기정치를 하는 점을 꼬집고, 송 전 대표로는 필패한다는 필패론도 꺼내들었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를 하루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강력히 요청하고, 정성호 의원까지 찾아와서 말씀하니 고민하고 있다"고 일부 차출론을 강조하는 한편, "이낙연 전 총리, 임종석 전 의원, 박주민 의원, 박영선 전 장관 등 좋은 분들이, 우상호 의원 말처럼 잘해서 경쟁력이 있다면 굳이 내가 거론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인물부재론을 언급했다. 
 
박영선 민주당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 전 대표의 지적대로 현재 민주당은 저명 인사 가운데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가 없을 만큼 인물난을 겪고 있다. 마땅한 후보군이 없으니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6일 아시아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4~5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잠재적 후보군들은 모두 1위 오세훈 현 서울시장(42.3%)에게 크게 뒤졌다. 송 전 대표가 14.4%로 2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1.9%, 박주민 의원이 8.5%로 뒤를 이었다. 양자대결에서도 오세훈 50.4% 대 송영길 36.7%이었고 오세훈 49.9% 대 박영선 37.6%이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송 전 대표의 인물부재론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에 맞설 후보는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여론조사 양자대결 결과를 봐도 송 전 대표와 박영선 전 장관의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지 않나. 어느 후보가 나와도 민주당 고정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다는 뜻"이라며 "현재 송 전 대표가 참신성에서 부각되는 후보도 아니고, 다른 참신한 후보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송 전 대표 말고도 민주당에 나올 수 있는 후보군은 많다"며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외에 신인급 인물들도 충분히 서울시장 선거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석 의원도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만한 거물들이 왜 없느냐"며 "당장 직전 후보였던 박영선 전 장관이 며칠 전 여론조사에서 송 전 대표보다 낮게 나오지가 않았다.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최소한 송 전 대표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후보들이 몇 있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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