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6·1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지사 선거를 놓고 정치권에서 셈법이 분주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 김은혜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김 의원 출마로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됐다. 대선 패배 이후 잠행을 이어가며 정치적 재기 시점을 노리는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까지 얽히게 됐다.
김 의원은 7일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 후 첫 현장 행보로 성남시 대장동을 찾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와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저격수'로 활약, 체급을 높인 바 있다. 김 의원은 "도지사가 되면 대장동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처벌하겠다"며 "대장동 의혹의 본질은 '민관협잡'이고, 최종결정권자는 이재명"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행보는 계획된 일정표처럼 일사불란했다. 앞서 지난 5일 윤석열 당선인의 대변인 직을 사임했고, 이튿날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7일엔 대장동 방문과 맞물려 경기도에서 4선을 한 김학용 의원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7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현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김 의원 행보에 경선을 벌일 유승민 전 의원 측은 불편한 기색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변인을 한 김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도전한 건 윤심(尹心)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짙어졌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본선서 붙기도 전에 '경선부터 되겠느냐'라는 심정"이라며 "험지에 출마하는 정치인의 결단과 고뇌를 밀어주기로 덮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속보와 오보가 많은 인수위 특성상 대변인이 갑자기 사임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인수위에서 대변인을 맡을 때부터 경기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윤 당선인과 사전에 이야기도 됐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을 향해 "'윤심'이 아니고 그냥 '김심'이기를 바란다"며 "윤 당선인의 화두와 약속이 공정과 상식이고, 곧 대통령 취임하실 분인데 공천 개입이나 선거 개입은 절대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박 모양새를 갖췄다. 이어 "각 후보들이 윤심을 팔 수는 있겠지만 설마 당선인께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부연했다. 표현은 상당히 정제됐지만 '윤심'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 출범 직후 진행될 경선과정에서 윤심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일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유승민 전 의원이 경기도 수원시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 대표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 대표는 하버드대 재학 중이던 2004년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유 전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의 부친은 유 전 의원과 경북고-서울대 경제학과 동창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2011년 12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의해 발탁,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했으나 2017년 국정농단 사태 후 바른정당을 창당할 땐 유 전 의원과 함께 했다. 특히 이 대표는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기 석 달 전인 지난해 3월 유튜브 방송에서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 "지구를 떠야지"라면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할 사람은 유승민"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하지만 현재 이 대표로선 유 전 의원과의 관계는 물론 윤 당선인의 의중과 당심, 민심, 경선 흥행을 모두 고민할 처지다. 이 대표는 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도 "김은혜 의원 등 귀중한 자원들을 썩힐 수 있느냐는 이야기가 계속 당에서 나왔다"며 "김 의원이 윤심은 맞는데 대변인으로 발탁한 게 윤심이고, 당의 선거는 당심"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윤 당선인에게)선거중립 의무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인선이나 이런 것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싶다"면서도 "김 의원이 대변인 그만둔 것에 대해 (윤 당선인)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언론이나 호사가들이 하니까 (유 전 의원이)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에 가장 셈법이 분주해진 건 역설적으로 이재명 상임고문이다. 김 의원이 경선에서 유 전 의원을 누르고 본선에 진출할 경우 그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갑은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상임고문이 6월 지방선거에서 지원유세에 나서며 정치무대에 복귀한 뒤 이를 발판으로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분당갑이 비게 되면 이 상임고문의 국회 입성 길까지 열리게 된다. 분당은 이 상임고문의 주소지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재명계 핵심인 김병욱 의원이 성남시장에 나서고, 지역구(성남 분당을)를 이 상임고문이 받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