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연대는 윤석열 당선인의 후보 시절부터 시작됐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을 가르는 전략을 썼는데, 오히려 여성 표심을 대거 잃고 반대편에 결집하는 효과를 불렀다. 이는 실제 60대 이상 여성을 제외한 전연령층의 표심이 윤 당선인을 외면한 결과로 확인됐다.
지하철 시위에 나선 장애인 단체를 향한 관심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단체에 대한 혐오 발언을 자신의 SNS에 연신 내뱉은 이후부터다.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여당을 비롯해 같은 당내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컸고, 각종 시민단체 역시 이 대표의 기조에 반대하며 장애인단체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윤 당선인과 이 대표가 한 ‘갈라치기’는 글로벌 정치 전략이다. 통상 공공의 적이 있으면 사람들이 쉽게 결집한다. 특히 그 대상이 내 이익을 침해했다고 여길 때 더욱더 그렇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도 연일 외국 유색인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내뱉고, 불쌍한 블루칼라 백인 남성들이 이들 때문에 손해 보고 있다는 식으로 표를 결집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 대통령 중 이례적으로 재선에 실패했다.
‘갈라치기’ 정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소수를 공격하고 고립 시켜 다수의 우리 편을 만들려 했지만, 소수에 연대하는 이들이 등장하며 이 같은 전략은 실패하고 만다. 게다가 고립시키려 했던 편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반대편으로 돌려 버린다. 정치인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이다.
연대는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기도 한다. ‘이대남’ 프레임에 반대하는 ‘남성연대’ 단체가 등장해 여성들에게 힘을 싣고, 국제시민단체 100여개는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에 우려를 표하며 여성단체에 응원을 보냈다. 10여년 간 관심받지 못했던 장애인 이동권 이슈는 한국 사회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해 연일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롱 런’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갈라치기와 같이 적을 만드는 전략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정치의 뜻은 ‘부조화를 바로 다스려 극복한다’이다. 조화롭다는 말은 서로 잘 어울림을 뜻한다. 정치의 본질이 나라를 화합하는 것이란 얘기다. 말 못 하는 갓난쟁이도 친구를 괴롭히는 역할을 맡은 인형 캐릭터를 들이대면 눈물을 터트린다. 성선설과 성악설 등 인간의 속성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인간에게 내재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갈라치기’와 같은 얕은 꼼수 정치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