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은 12일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검찰개혁을 마무리해 되돌릴 수 없도록 마무리 짓겠자는 의지다. 지방선거를 우려해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룰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무용지물이 된다.
민주당의 이번 당론 채택은 당 안팎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과다. 특히 검찰의 집단반발 등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민주당 의원들을 만장일치로 단결시켰다. 다만, 물리적 저지 등 국민의힘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향후 본회의 처리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앞서 사보임을 통해 법사위 강행처리를 예고했다.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이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로 규정,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가능성에 대해 "권성동 원내대표도 과거 법사위 시절 검찰의 수사 기소권 분리 법안을 냈다"며 "그런 분이 필리버스터를 운운하면서 저지에 나선다면 대단히 의외이며,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하겠다"고 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의원총회에서 속도조절을 언급했지만 의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전국 검사장 회의를 통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검찰의 승부수가 오히려 민주당 의윈들의 검찰 기득권에 대한 우려를 높임으로써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지금 검찰은 조직을 총동원해서 기득권 지키기와 권력기관 2차 개혁 입법 제지에 나서고 있다. 검찰의 집단행동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검찰의 이러한 행태에 국민과 많은 의원들께서 분노하고 계신다. 이것이 70년여 동안 누구의 견제를 받지 않은 무소불위 권력의 민낯이며 검찰이 집단권력화 되어 있다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문재인정부 임기 내 입법 완수를 주장하는 강경론과 지방선거 역풍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맞부딪히며 진통을 겪었다. 당내 강경파들은 한 달 정도 남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이를 추진하지 않으면 추후 윤석열정부 출범 후 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좌초할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파들은 정치개혁 입법과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 등 민생 법안 통과에 주력하면서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걱정했다.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자 일부 강경 지지파들은 '민주당이 검찰개혁 의지가 없다'며 행동으로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당의 새로운 지지 세력으로 떠오른 2030 여성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검찰·언론개혁 찬성·반대파' 의원 명단을 작성해 반대파 의원들에게 단체 전화·문자 압박을 가했다. 직접 이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의원들은 검찰·언론개혁 반대파가 아니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해명하는 등 진땀을 흘려야 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부 조율에 실패하자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다음주 의총을 다시 열고 검찰개혁 관련 당의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이후 6일 법조인 출신 의원 간담회, 7일 검찰개혁에 관심 있는 의원 50여명을 상대로 릴레이 간담회를 열며 당론 조율에 나섰다.
특히 7일 기획재정위 소속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법사위로, 법사위 소속 박성준 의원이 기획재정위로 이동하는 사·보임을 단행하며 검찰개혁 강행처리를 위한 수순밟기에 돌입했다.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에 이견이 있으면 소위원회인 안건조정위를 다수당과 그 외 상임위원 비율 3대3 동수로 구성해 심사한다. 민주당 출신 양 의원이 법사위원이 되면 범민주 4명 대 국민의힘 2명 구도로 전환돼 민주당 뜻대로 안건 처리가 가능해진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