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현대중공업(329180) 노사가 2021년도 임금 협상을 7개월 넘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잠정합의안이 노동조합에서 부결된 이후 이렇다 할 진전도 없는 상황에서 사망사고도 일어나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날부터 시작해 오는 22일까지 출근 투쟁과 중식 집회를 이어간다. 노조는 18일 소식지에서 "사측은 대표위원이 부재중인 관계로 만남을 이리저리 피하며 사실상 교섭 해태 중"이라고 주장하며 중식 집회 일정을 알렸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다음 주 월요일(25일)에는 쟁의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8월30일 이후 7개월이 넘도록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2021년도 임금 협상을 마친 뒤 2022년도 협상을 따로 시작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4일 회사 본관 앞 사거리에 세운 추모비. 사측은 시설유지권과 질서유지권이 침해됐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지지부진하던 합의는 지난달 끝나는 듯이 보였다. 노사는 지난달 15일 기본급 7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격려금 250만원 지급 등을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같은 달 22일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노조가 참여한 투표에서 반대 68.52%로 부결됐다.
이후 한 달이 돼가는 동안 노사는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내부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잠정합의안 가결을 끌어내지 못한 노조 집행부 책임론도 나온다.
지난 2일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도 갈등의 한 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972년 창립 이후 현장 사망 근로자를 473명으로 집계했다. 노조는 회사의 안전 예산 3000억원의 사용처를 밝히라면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해당 여부 등을 두루 살피고 있다.
노조는 4일 회사 본관 앞 사거리 동산에 세운 사망 근로자 추모비를 두고도 회사와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시설유지권과 질서유지권이 침해됐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눈에 잘 띄는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세워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조는 1994년부터 숙원 사업으로 계속 세워두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안전 문제의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여러 대책을 신중하게 강구하고 있다"며 "임금 교섭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문제와 노사 관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