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전국 평검사들이 2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방안으로 정기적인 평검사 대표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검수완박 논의가 검찰의 개혁 요구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내부 견제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겠다는 뜻이다. 수사 공정성을 국민과 함께 제고할 방안도 나왔다. 이같은 자구책과 함께 검수완박의 위헌성과 실무적 문제점도 짚으며 법안 제정을 멈춰달라고 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대응을 위한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를 마친 검사들이 2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19일 오후 7시부터 서울중앙지검 2층 대강당에서 시작한 회의는 20일 오전 5시가 지나 끝났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평검사 회의에 참석한 207명의 검사들은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적 견제장치인 '평검사 대표회의'의 정례화와 외부 통제장치인 국민의 중대범죄 수사과정 참여를 제안했다. 지난 19일 저녁 7시 시작해 10시간 넘게 이어진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에서 "검찰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비판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자성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검찰 수사권 폐지 논의가 검찰 수사 공정성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스스로 바로잡겠다는 의미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대책 마련 방안으로 전국 판사들이 참석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정례화 한 것처럼 검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조직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국 평검사 회의는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 필요 시에만 개최됐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시행 시 발생할 국민 피해도 함께 설명했다.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사권·조사권이 박탈돼 경찰이 작성한 서류만을 보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게 돼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을 스스로 판단에 따라 소유자나 보관자 등에 돌려줄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재판에서 유죄를 받기 위한 증거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검사가 경찰에 기록요청을 할 수 없어 인권침해나 수사권 남용이 발생하더라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검사의 인권보호기능을 잃게 된다고도 했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진 민주국가 대부분이 경찰에 대한 통제기구로서 검찰 제도를 두고 있고, 나아가 고도화·지능화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평검사들은 "그간 검찰에 비판적이었던 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에서조차 사법체계의 대혼란과 부패범죄 대응력 약화를 이유로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며 "심도있는 논의와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