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원료난에 중국 선점 리튬인산철 '가성비' 주목

SK온, 생산 준비…LG엔솔, ESS에 우선 적용

입력 : 2022-04-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원재료 가격 폭등에 시달리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LFP(리튬인산철) 전지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선점한 LFP는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나, 비싼 코발트를 쓰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고 안전성이 높은 편이다.
 
21일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니켈 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82.28% 상승해 1톤에 3만3700달러로 집계됐다. 코발트 역시 같은 기간 59.35% 오른 8만1780달러로 나타났다.
 
니켈과 코발트는 국내 배터리 업체 제품들에 필요한 희귀 자원이다. 꾸준히 가격이 오르면서 소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니켈이 80%, 코발트와 망간이 각각 10%가 들어간 'NCM811' 양극재의 원가는 LFP보다 지난달에는 11%, 지난 2020년 11월에는 50% 더 높았다.
 
이러한 영향 때문에 테슬라는 지난해 자사 주력 차량 배터리를 LFP로 교체하고, 벤츠도 엔트리급 모델에 한해 전지를 바꾸기로 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LFP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 LFP에 대응할 준비는 갖춰놓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개발을 준비 중이고, 언제든 생산할 수 있는 준비는 해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화, 시장으로의 직접 진출은 수주를 통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때"라며 "사전적으로 준비하되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 업체하고의 수주 조건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온은 확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수익성이 양산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입장을 취했다. SK온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발언은 '시장 니즈가 있다면 검토해 보겠다'는 이야기"라며 "성능, 수익성을 포함해 가격 경쟁력이 갖춰질 때까지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가 아닌 ESS(에너지저장장치)에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차는 보통 스펙(성능)이 상당히 높다"며 "스펙이 높아질수록 전지에 가해지는 부하도 커지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는 버티는 데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게다가 중국 업체가 선점한 시장을 돌파할 투자 여력도 없다"며 "상대적으로 저스펙인 ESS에 '선택과 집중'하고, LFP 기술이 발전해 고객 니즈가 늘어날 경우 자동차용으로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업체와는 달리 삼성SDI(006400)는 LFP의 개발 여지가 더 이상 없다고 보고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장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배터리 3사의 입장이 서로 다른 이유는 입지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물량이 세계 1위에 가까우니 LFP가 필요할 경우 양산하겠다는 것"이라며 "후발 주자인 SK온은 투자를 상당히 한 상황에서 실제 양산 물량은 다른 회사들에 비해 적으니 LFP에 관심을 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삼성SDI의 경우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술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기술 제일주의', 넘보지 못할 차이를 만들겠다는 '초격차'의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LFP가 높은 가격 경쟁력과 뒤떨어지는 성능이란 양면성을 갖췄기 때문에 배터리 3사의 향후 태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김 부회장은 "LFP 기술이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3사 모두 미온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LFP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시장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LFP 도입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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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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