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조원대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유상 역명병기 사업을 확대한다고 20일 밝혔다. 역명병기는 개별 지하철 역사의 주역명 옆 또는 밑 괄호안에 부역명을 추가로 기입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환승역을 포함해 33개 역사에 29개 기관이 유상병기됐다. 2016년 유상 역명병기에 처음 참여했던 명동·을지로입구 등 8역은 6년 간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서 오는 6월 중으로 공개 입찰이 진행된다.
또한 공사는 선호도 및 사업성이 뛰어난 50개 역사를 신규로 선정한다. 공사는 역명병기 수요와 1~8호선 역별 이용 승객 수 등을 고려해 100개 역사를 선정한 뒤 원가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50곳을 우선 대상역으로 선정한다.
유상 역명병기사업은 공개 입찰이며 대상역에서 1km 이내에 위치한 공익기관, 기업체, 학교, 병원, 다중이용시설 등의 기관·회사가 참여할 수 있다. 낙찰자는 3년 동안 원하는 기관명을 대상 역의 부역명으로 표기할 수 있고 이후 희망할 경우 재입찰 없이 1회에 한해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다수 기관의 응찰금액이 동일할 경우 공공성과 시민이용 편의성이 높은 기관으로 선정된다. 낙찰기관은 공사 이미지 저해 우려가 없는 기관이어야 하며 입찰 후 역명병기 유상판매 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역명 안내표지 등의 변경과 정비는 낙찰자가 부담하며 계약체결 후 60일 이내에 공사와 협의해 추진할 수 있다. 부역명은 폴사인 역명판, 출입구 역명판, 승강장 역명판, 안전문 역명판, 안전문 단일·종합노선도, 전동차 단일노선도 등 10종의 대상에 표기할 수 있다.
유상 역명병기는 기관·기업에게는 홍보 효과를 가져다 주는 동시에 적자난을 겪고 있는 공사가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는 사업이다. 현재 공사는 무임수송으로 인한 만성적자에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를 겪으며 올해 1조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할 예정이다.
공사는 역명명기 비용은 지역의 부동산 상황과 유동인구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현재 유상 역명병기 중인 곳의 가격은 강서구에 있는 5호선 마곡역이 1억1100만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중구에 있는 2·3호선 을지로3가역이 8억740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공사는 유상 역명병기가 큰 금액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이달 기준 역명병기 재계약률은 90%에 달한다.
정선인 서울교통공사 신성장본부장은 “유상 역명병기 사업은 공사 재정난 극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며 공익적 요소를 고려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22일 서울 중구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에서 부역명이 신한카드로 교체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