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다양한 와인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국내 와인 수입량이 4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2030 젊은층의 와인 소비가 눈에 띄게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편의점, 와인숍 등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확대됐고 소비자가격도 저렴해지면서 젊은 세대가 과거에 비해 와인을 대중적인 술로 인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액은 5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와인 수입량도 7만6575톤으로 41.47%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회식 감소와 함께 홈술·혼술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와인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로 꼽히면서 수요가 늘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관세청의 주류 수입량을 살펴보면 2019년까지 맥주가 부동의 1위를 지키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와인이 맥주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것 역시 맥이 같다.
이런 가운데 특히 와인을 구입하는 2030세대의 소비 현상이 두드러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지난 2020년과 2021년 2030소비자의 와인 매출 신장률은 각각 전년 대비 10%, 40%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39.8%, 28.8%로 분석됐고 현대백화점은 91.2%, 85.6%의 신장률을 보였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연령별 와인숍 이용 증가율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20대의 와인숍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했고 30대는 무려 213% 급증했다. 20대~60대 와인숍 이용 소비자 중 30대의 이용 비중은 2년 전보다 5%포인트 늘어난 41%로 나타났다.
백화점, 편의점, 와인숍 등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났고 소비자 가격도 저렴해 진 것이 2030 수요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칠레산 와인 소비자가격은 2020년 기준 100ml 당 3155원으로 전년 대비 24.2% 하락했다. 같은 기간 9500원(100ml 당)이었던 프랑스산 와인 소비자가격도 6.8% 떨어졌다.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점에서 한 시민이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2030세대가 국내 와인 시장에서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주류업체는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차별화된 신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제품 리뉴얼에 나서고 있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마주앙 카버네쇼비뇽, 마주앙 샤도네이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총 5개의 마주앙 라인업을 리뉴얼 한다. 마주앙은 1977년에 출시된 와인으로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받고 한국천주교 미사주로 봉헌됐다. 롯데칠성음료는 변화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기존과 다른 원액으로 맛의 변화를 예고했다.
신세계L&B는 지세븐(G7) 와인을 비건 와인으로 리뉴얼한다. G7 비건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3가지다. 와인 라벨에 유럽 비건 인증(V-LABEL)을 부착한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000080)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생산자 중 하나인 체비코 그룹사의 아우스토 3종을 출시한다. 체비코 그룹사는 연간 10만톤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유통 맞수’ 롯데와 신세계도 와인 사업을 키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롯데쇼핑(023530)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총에서 주류소매업, 일반음식점을 정관에 추가했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해 와인전문가 팀원으로 구성된 ‘프로젝트W’팀을 신설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밸리에 있는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1979년 설립된 쉐이퍼빈야드는 힐사이드셀렉트를 비롯한 5개의 고급 와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프리미엄 와이너리로 꼽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이 과거보다 대중적이고 접근이 쉬운 술로 인식되면서 젊은층이 수요가 늘었다”면서 “와인을 모바일로 예약·구매하고 매장에서 찾는 스마트 오더 시스템 도입도 젊은 세대의 와인 수요를 견인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