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국가별 수출통계에서 올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순위가 7위(2009년 9위)로 상승하고, 주요 수출국가 중 한국과 중국만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이경태)은 14일 '2010년 우리나라 수출 8강 진입, 그 가능성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 수출순위가 지난해 3단계 상승한데 이어 올 상반기 다시 2단계 상승했다며, ▲경기 회복기 IT제품(반도체, LCD 등)의 수출 호조 지속과 ▲경기회복이 빠른 신흥개도국으로의 수출 다변화, ▲유럽 경기의 불안정한 회복에 따른 유럽 주요국의 수출 부진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 반도체·LCD 등 수요회복 빠른 수출상품 구성
한국은 이탈리아와 벨기에 등 순위를 추월당한 국가들에 비해 수출상품 구성상 반도체 및 LCD의 수출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지난해 말부터 세계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IT제품의 수요 확대 및 수출가격 상승 덕분에 경쟁국에 비해 수출이 빨리 회복될 수 있었다.
무협은 우리의 수출상품이 불황기에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 감소하고 경기 회복기에 수요회복이 빠른 품목 위주로 구성돼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빠르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수출이 회복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 中 등 회복 빠른 신흥국으로 수출 다변화..유럽 경기 부진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주요 5대 수출국가가 미국을 제외하고 모두 유럽국가인 반면, 우리나라의 5대 수출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모두 아시아 국가이며,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남유럽국가 재정위기 등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채 여전히 경기회복이 불안정한 상태다.
따라서 주요 수출 대상국이 유럽지역인 이탈리아와 벨기에의 수출은 회복이 더딘 반면, 한국은 미국 및 유럽지역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 지역이 다변화돼 있어 아시아 지역의 빠른 수요 회복이 우리 수출 호조에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협은 올 연말까지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순위 7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수출실적 격차가 근소한 이탈리아 및 벨기에와의 경쟁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삼국간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변수는 각 나라의 주요 수출대상국 경기동향과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IT제품의 수요 및 수출가격 변화, 환율 변동 등이 꼽혔다.
또 하반기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런 변수가 우리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하더라도 벨기에까지 우리를 추월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협은 "2010년 우리나라의 수출 8강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1년 이후에는 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와 수출규모가 비슷한 국가들, 특히 유럽 국가들과의 각축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우리의 수출 8강 유지를 위해서는 중국 내수시장, 중국 이외의 신흥시장 진출을 통해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고며, 중장기적으로 IT제품 등 소수 주력품목에 집중돼 있는 우리 수출 구조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