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청사로 옮기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주장한 선제타격론 등 대북 강경책에 대해서도 "국가 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못하다"며 "대통령답게 대통령 모드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방송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대담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았다"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식의 결정과 일처리 추진 방식은 참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마치 '1호 국정과제'처럼 추진하는 마당에 그것으로 신구권력이 크게 갈등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적어도 국정의 안보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윤석열 당선인이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잘 알지 못한 채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조금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당선인 측에서도 여러 숙고를 하는 것 같고, 일단은 기존 정부 조직에 따라 내각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야권 일각에서 핵무기 개발을 주장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핵보유를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것을 넘어 어처구니없고 기본이 안 된 주장"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장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해야 하고, 그러면 국제 제재를 받게 되고 한미동맹도 위태로워진다"며 "모든 것을 감수하더라도 남북 사이에 핵경쟁을 하게 되고 그러면 동북아 전지역에 핵 확산이 벌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선제타격 언급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공약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했다. 문 대통령은 "언젠가는 새 정부도 대화를 복원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는데 그때를 생각한다면 말 한 마디가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며 "윤 당선인이 북한과 상대하거나 대화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후보 시절과 대통령 이후의 모드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침류각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한다"고 한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평가를 안하겠다"며 유보했다. 근 "지금은 평가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국면"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됐고, 분명히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고 대화를 접겠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빨리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라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도보다리 산책을 했던 당시도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북한은 비핵화할 의지가 있는데 제재와 해제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그런 조건만 지켜진다면 비핵화를 해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결국 노딜(합의 실패)로 끝난 것에 대해서는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동시적으로 실시할 로드맵 합의에 실패한 것"이라며 "결국 디테일에서 실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비판에 "5년간의 평화는 어디 날아갔느냐"며 "끝까지 성사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이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 동안 한 건도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며 '반면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는 천안함·연평도·목함지뢰 등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