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현대건설이 노동계가 선정한 2022년 최악의 산재기업에 올랐다. 현대건설이 1위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4번째로, 사고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건강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캠페인단)은 27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2022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현대건설 작업장에서는 지난해 1월 노동자 1명이 지하 1층 환기구에서 지하 4층으로 떨어져 숨졌고, 쓰레기를 청소하던 중 돌 파편에 맞거나, 굴착기와 부딪혀 사망하는 등 총 6명의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현대건설은 2007년, 2012년, 2015년에도 최악의 산재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외에도 2011년 11명이 사망으로 2위, 2014년에는 5명이 사망으로 공동 6위, 2020년 6명 사망으로 2위, 2021년 4명 사망으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최악의 산재기업 2위는 지난해 경북 상주 사업장 폭발 화재 사고로 5명의 노동자가 숨진 ㈜대평이 선정됐다. 공동 3위는 각각 4명이 사망한 대우건설·태영건설이다. 공동 5위는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이일산업, ㈜한양, 현대중공업, SK TNS, S&I건설이다.
이날 특별상으로는 광주에서 연이은 붕괴 사고를 낸 HDC 현대산업개발(현산)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선정됐다. 현산은 광주 학동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냈고, 이후 7개월 만에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연이어 발생시켰다. 캠페인단은 “현산은 역대 ‘살인기업선정식’ 명단에도 수차례 등장하며 5년간 최소 5건의 중대재해를 발생시켰다”고 했다.
경총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의 범위를 축소하고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 등 중대재해법의 제정 저지 및 무력화에 최전선에 섰다고 비판했다. 캠페인단은 "경총은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한 2020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법의 취지와 목적을 폄훼하고 무력화하는 데 혈안이 됐다"며 “경총은 노동자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익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강한수 부위원장은 “현대건설과 같은 그룹인 현산이 1위에 선정돼야 했지만, 건설 노동자가 아닌 시민 9명이 죽어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며 “거의 매년 살인기업 선정식 1위는 건설업체”라고 말했다.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가 이 같은 참사를 부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재 사망사고 노동자 유가족 정석채씨는 “노동부와 산하기관은 안전관리 감독을 전혀 하지 않고 산재 사망이 발생하면 건설사측이 제출한 산업재해조사표만으로 조사를 끝낸다”며 “4년 전 부산 해운대 엘시티 참사, 올해 광주 아파트 붕괴 참사 당시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았다면 수많은 비리가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다, 경영 책임자 구성 요건이 애매하게 되어 있다며 반노동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며 “새로운 법이 시행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지금 법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부터 경영 책임자까지 이 법을 마구 흔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발언에 나선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매년 살인기업을 선정해 알리고 있음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 기업의 행태, 취약 노동자에게만 집중되는 죽음의 양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이제라도 책임을 다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열린 '2022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참석자들이 건물 현판 앞에서 영정을 들고 있다.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은 2021년 한 해 동안 산재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