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8일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통과되는 즉시 전체 소상공인·소기업 등 약 551만개사를 대상으로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이 입은 손실을 약 54조원으로 추산하고, '맞춤형 현금지원'과 '온전한 손실보상'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일괄지급은 규모조차 언급되지 않은 채 차등지급으로 변경됐고, '소급적용' 약속까지 파기됐다. 윤 당선인의 약속만 믿고 기다렸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생계민심은 실망과 한숨이 됐다.
안철수 "추경 통과 즉시 551만 소상공인 피해지원금 지급"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과학적 추계에 근거해 코로나19로 입은 소상공인의 손실을 온전히 보상하겠다"며 "부실됐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소상공인 채무 조정, 비은행권 대출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 소상공인 전용 맞춤형 특례자금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소상공인 세제·세정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공제 확대, 납세기한 연장, 지방세 혜택 병행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8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수위가 파악한 소상공인 손실 규모는 약 54조원이다. 안 위원장은 "'중소기업기본통계'에 근거해 소상공인·소기업 약 551만개사를 대상으로 삼았고, 추계 기간은 2020년과 2021년 손실분 합계"라며 "매출이 감소한 사업체에서 방역조치로 인해 발생한 '영업이익 감소액'을 추산해보니 54조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이를 바탕으로 과세 자료에 기반, 그간의 피해를 온전하게 보상하는 맞춤형 현금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기존 보상체계를 소상공인의 영업이익 감소분에 대해 전부 보상하는 온전한 손실보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안 위원장은 "단순히 지금까지의 손실을 보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소상공인이 정상화되고 회복되는 것까지 지원해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의 하나로 역할을 하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는 올 1·2분기 손실보상제 운영에서 현재 90% 수준인 보정률을 상향하고, 6월에는 현행 50만원인 하한액도 인상키로 했다. 보정률이란 영업이익 감소분 중 정부의 방역조치로 인해 직접 발생한 손실 비율이다. 안 위원장은 "신속한 집행이 필요한 사항은 추경, 예비비 등을 활용해 재원을 확보하고 내년도 예산에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의 긴급한 경영위기 상황을 고려해 사전적 집행 시스템 구축 및 법·제도 개선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 확약한 소급적용 언급도 안돼, 현 정부 안보다 후퇴"
안 위원장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이런 숫자(손실규모)를 계산해낸 건 처음"이라며 "정확한 손실규모 계산은 (지원정책의)기본 중 기본인데 왜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문재인정부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특히 인수위는 이날 로드맵을 발표하기 직전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당정협의를 열어 세부 계획을 조율하는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19 대응이 새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더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28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충청남도 천안시 천안역에서 GTX-C 노선 천안 연장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점도 노출했다. 우선 관심을 모았던 일괄지급 규모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 인수위는 손실 추계 결과를 토대로 개별 업체의 규모와 피해 정도, 업종별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차 추경 통과 즉시 소상공인 피해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손실 규모가 큰 곳에는 많이, 작은 곳에는 적게 지급하겠다는 의미인데, 액수는 최대 600만원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경제1분과의 김소영 인수위원은 "정확한 차등액은 추경을 발표할 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급적용도 없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국민의힘은 반쪽짜리 손실보상이 아닌 소급적용은 물론 인원제한에 따른 피해와 폐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의 방역조치 이행으로 피해를 본 만큼 온전한 손실보상을 약속하며 자영업자의 생계민심을 파고들었다. 이 같은 지적에 장상윤 인수위 코로나비상대응특위 정책지원단장은 "손실보상을 소급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관련 자료를 모두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행정 부담도 있고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확인도 어렵다"며 "그래서 그렇게 하는 것(소급적용)보다 지금의 손실보상제를 더 엄정하게 보강하고, 지원이 부족했던 부분을 담아 실질적으로 소급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로 제도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윤 당선인은 50조원 규모의 손실보상을 약속했으나 로드맵에선 구체적 액수가 빠졌다. 앞서 지난 1월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50조원 규모 손실보상'을 꺼내자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00조원 보상'까지 제시한 바 있다. 인수위에선 소상공인 손실 추계를 54조원으로 잡았고 추경 때 즉시 보상한다는 방침이지만, 재원 마련 등이 간단치 않다는 점에선 공약 파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소상공인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윤 당선인은 대선 1호 공약으로 '50조원 이상 재정자금을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확약했으나 이번 발표안에서는 지원의 총규모도 나오지 않은 데다 소급적용 관련한 부분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특히 "인수위의 차등 지급안은 현 정부 안보다 오히려 크게 퇴행된 것으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소상공인들을 더 이상 희망고문하지 말고 꼭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