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선박 수주로 호황을 맞은 조선사들이 탈탄소 시대 시장 선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당장은 선주들이 저탄소 기조에 맞춰 한국 LNG 추진선을 발주하고 있지만, 선박 교체 시기가 올 때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달 29일까지 선박 91척에 102억7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달러 대비 58.9%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LNG 추진선은 26척(LNG 운반선 제외)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같은 날 기준 LNG 운반선 12척, 컨테이너선 6척, 해양 플랜트 1기, 창정비 1척 등 약 46억1000만달러를 수주해 목표액 89억달러의 약 51.8%를 달성했다. 수주 선박 18척 모두 LNG를 사용하는 이중연료(DF) 추진 선박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올해 14척, 22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액 88억 달러의 25%를 달성했다. LNG 추진선(LNG 운반선 포함)은 9척이다.
대우조선해양의 LNG 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현재 LNG는 경제성이 높은 청정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LNG 발전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석탄 발전의 8분의 1, 대기오염 물질은 3분의 1 이하다. 조선업계는 LNG가 탈탄소 에너지 전환의 가교 역할을 맡아 오는 2030년 이후에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저탄소인 LNG 이후 탈탄소 기술 선점이 중장기 과제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탄소 감축량을 매년 2%씩 높인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7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해운 보험사들도 IMO 정책을 따라 선사와 해운사 대출을 결정한다.
선박의 수명이 15년~20년인 점을 고려하면 조선사들이 10년 뒤 수주한 선박은 수명이 다하기 전에 2050년을 맞는다. 이렇게 되면 선사들이 에너지 저감 장치를 달거나 추진기관을 바꾸거나 폐선해야 한다. 그전까지 신규 발주 수요를 선점해야 탈탄소 시대 조선업을 주도할 수 있다.
조선업계는 2030년까지 선령 25년인 노후 LNG선이 전 세계 118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7년까지 연평균 LNG선 교체 발주 수요는 13척으로 전망된다.
떠오르는 대안은 암모니아와 수소 등이다. 조선사들은 연료 수급과 효율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연구개발(R&D)과 상용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초대형 메탄올 엔진을 수주했다. 향후 암모니아와 수소 이중연료 엔진 개발 등으로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R&D 센터를 세워 연구 기반 확장에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선박 기술은 물론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까지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매출의 0.6%인 924억8000만원을 썼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한국석유공사와 ‘저탄소 수소·암모니아 및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대체 연료 개발과 선박 상용화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친환경 스마트 선박 기술 확보를 위해 서울대와 미국 MIT,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대 등 15개 기관과 산·학·연 기술 협의체를 만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722억5800만원이다. 매출에서 연구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0.8%에서 지난해 1.6%로 뛰었다.
삼성중공업은 2025년까지 연료전지 추진선, 2024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연료전지 추진선은 블룸 에너지사와 기술을 협력하고 있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말레이시아, 독일, 노르웨이, 영국, 싱가포르 소재 선사·엔진 제조사·항만청 등과 공동 연구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암모니아 레디 초대형 운반선 기본설계 승인을 얻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연구개발비로 515억7700만원을 썼다. 매출에서 차지한 비율은 0.8%로 전년보다 0.1% 올랐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포스트 LNG 시대를 대비하고, 이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무탄소 친환경 추진 선박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수소, 연료전지, 암모니아, 전기추진 등 차세대 선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에는 독일에 유럽 R&D 센터를 세웠고, 이곳을 기점으로 글로벌 연구 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