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이동통신 업계 대표 주자인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가 투자 위험요소로 정부정책 변화,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주파수 재할당 이슈 등을 거론했다. 규제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재무상태 등이 영향받을 수 있으며, 코로나19 장기화와 같은 팬데믹에 따라 영업실적이 좌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2일 SK텔레콤과 K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사업보고서에서 투자위험 요소(risk factors) 항목 가운데 정부정책 변화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동통신과 인터넷 관련 산업은 정부규제의 대상인데, 두 회사 모두 정부의 정책이 변경될 경우 사업과 재무상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KT는 사업보고서에서 "정부는 경쟁 시장을 규제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KT가 규제사항이나 정부의 정책 지침으로 인해 단말기 보조금과 기타 요금인하 정책을 도입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표기했다.
특히나 이달 10일에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단골정책으로 나오는 통신요금 인하책이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부담인 상황이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직후 이동통신3사가 월 통신 요금에서 매월 20%를 깎아주던 선택약정 할인 폭을 25%로 늘렸고, 취약 계층인 저소득 어르신들(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매월 1만1000원의 통신비를 감면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말 첫 통신정책으로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예고했다. 소비자들의 요금제 선택권을 넓혀주자는 취지지만, 이통3사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옮겨가게 돼 수익이나 투자 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보고서에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과 요금감면 혜택으로 무선통신 서비스 가입자당 월 매출 감소에 기여했다"면서 "정부는 향후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고객 등 다양한 고객층을 위해 기존보다 저렴한 5G 요금제 출시를 권고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조치들은 수익성과 영업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을지로 T타워(왼쪽) 및 광화문 KT 이스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뉴시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대유행 역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SK텔레콤은 "각국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행 제한 조치로 로밍 서비스 매출이 감소했다"며 "코로나로 신규 무선 기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무선 기기 판매 매출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KT도 "통신 네트워크 확대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서비스 사용자의 동시 접속량 급증에 따른 용량 과부하로 서비스 장애나 품질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코로나의 피해 규모를 추정할 수는 없지만, 이같은 전염병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영업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양사는 주파수 재할당 문제도 주요 이슈로 지목했다. 현재 국내 이통3사는 5G 인접대역 추가할당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위는 5G망 구축 고도화를 언급하면서 2026년까지 5G 주파수를 2배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주파수 대역폭 확보가 중요한데, 추가할당을 놓고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 KT는 "추가 대역폭 확보에 실패할 경우 고객들은 서비스 품질이 저하됐다고 생각할 수 있고, 증가하는 대역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주파수 대역폭 추가확보에 상당한 자금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주파수 대역의 재분배로 사업자 간의 경쟁이 심화돼 사업과 재무 상태, 영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