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긴급 수출입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하고 주요 교역국 수출입 동향과 대응 방안 점검에 나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상하이 봉쇄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2달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수출기업 지원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코트라에서 '긴급 수출입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서는 상무관과 코트라 무역관장은 러시아·중국(도시봉쇄)·인도네시아(팜유 수출 제한)·미얀마(신 외환정책)의 최근 현지 동향과 우리나라 수출입에 미치는 리스크 요인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금융거래 제한, 기술·부품 유입 제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운송·물류 제한, 글로벌 경제질서에서의 배제 등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 수출은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품목 별로는 자동차(-97.3%), 자동차 부품(-87.4%), 철강(-89.2%) 등 주요 품목이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러·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 등 인근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교역에도 전이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중국의 경우 최대 물류 중심지인 상하이 지역 봉쇄가 한 달 이상 지속된 탓에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액은 3.4% 감소했다.
여기에 노동절 연휴 이후 중국의 도시 봉쇄가 베이징 등 주요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중국 경제, 물류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며 우리나라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지난 28일부터 자국 내 수급 불안에 대응해 팜유 수출 금지에 나섰다. 인니산 팜유는 주로 식품용으로 우리나라에 수입돼 식품업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인도시아산 팜유 수입량은 34만톤 수준으로 이 중 약 20만톤이 식품용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식품업계에서 2~4개월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인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팜유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수급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또 팜유는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어 파급효과가 다른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유관기관 등은 글로벌 공급망, 국내수급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외에 미얀마 정부도 국제사회 제재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통화가치 하락이 지속되자 3월 초 모든 외화계좌에 대해 현지화 환전을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미얀마 정부는 개인, 기업 및 해외 정부기관이 보유한 모든 외환계좌로 송금 받은 달러화는 영업일 기준 1일 이내에 현지화로 환전해야 한다.
미얀마는 2021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18% 역성장했다. 또 미얀마의 외국인 투자는 22.3%, 수출입액은 19.6% 각각 감소했다.
이번 조치 이후 미얀마 은행은 외화거래를 중단했고 제조업은 원자재 수입대금 지급이 어려워지면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또 소비재 수입 업체는 현지 판매가 어려워지는 등 수출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한구 본부장은 "세계 각국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불안, 국제금리 상승, 개도국 경제 불안 등 리스크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수출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수출현장 방문, 경제단체와의 연쇄 간담회 등을 통해 수출 기업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관계부처, 수출 지원기관과 함께 수출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유망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해 수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26억6000만달러로 지난 3월(-1억4000만달러)에 이어 2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코트라에서 '긴급 수출입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