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13년 만에 소비자물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4%대’ 고물가의 상승 압박이 더욱 매서워질 전망이다.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4% 물가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언급하면서도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전망한 한국은행도 가계·기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 심리의 안정화를 당부하고 나섰다. 특히 오는 2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마지막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국 연간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물가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으며 앞으로도 물가상승압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휘발유, 식료품, 외식 등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커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가격 추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유가는 10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는 등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원유가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29일 기준 105.37달러를 기록했다. 3월 초 배럴당 125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하지만 1년 전(65.1달러)과 비교해서는 61.9% 급등한 수준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지수도 지난달 159.3을 기록하는 등 전월보다 12.6% 상승했다. 이는 1990년 관련 집계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다. 곡물가격 상승은 사료가격과도 연동돼 육류 가격 상승 등 먹거리 물가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도 사실상 해제되면서 소비 측 요인도 가세할 전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 겹쳐지면서 대외적인 물가 상승 요인들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고 거리두기 완화에 소비측 요인이 크고 개인서비스도 가격 둔화 요인 보이지 않는 등 오름세를 둔화할 요인들 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간 물가는 4%대를 넘보고 있다. 어운선 심의관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연간 물가는 3.9%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24일 국제통화기금(IMF)는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4.0%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2021년 10월 전망치인 1.6%보다 무려 2.3%포인트(소수점 첫째자리 반올림) 올려 잡은 수준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여러 조치들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는 등 물가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며 이달부터 시행된 유류세 10%포인트 추가 인하와 주요 원자재 및 곡물 품목에 대한 0% 할당관세 적용 등을 강조했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면서 한은 금통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단행도 주목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는 지난달 25일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 따라서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계속될 텐데,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 4월 0.25%포인트 올라 1.50% 수준이다. 이달 금통위는 26일 예정돼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마지막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국 연간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자료=유엔국제식량기구·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