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질 검증과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 계속된 자료 미제출 지적과 증인 불출석 문제를 놓고 곤욕을 치렀다. 청문회 초반 별다른 검증과 해명 없이 시작된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소명과 정책 방향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초반부터 후보자의 자격과 의혹을 검증하는 대신 증인 불출석과 부실한 자료 제출에 대한 여야 충돌로 진척되지 못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다가 증인 불출석 등을 이유로 이날로 연기됐는데 같은 사유가 반복되면서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다. 인사청문회 개의 후 질의는 개의 1시간 뒤인 오전 11시40분쯤 시작됐지만, 질의 시작 20분 만에 오전 청문회가 정회됐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장관 후보자의 전관예우가 없는지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증인들이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불출석한 것은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불출석한 증인들 모두를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도 "청문회를 당초보다 일주일 순연했는데도 증인들이 다시 불출석했다. 증인들이 언제 출석 가능한지 의견을 물어봐서 청문회 일정을 재조정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이형석 의원도 "증인들의 불출석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침해하고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용납해선 안 된다.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법대로 고발 조치해야 한다"면서 서영교 위원장에게 "단호한 결정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문회를 거론하며 '내로남불'이라고 받아쳤다. 김도읍 의원은 "증인으로 채택됐을 땐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출석하는 게 맞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 않느냐"면서 "문재인정권에서 청문회를 수없이 했지만 증인 출석을 놓고 이렇게까지 한 적이 있느냐. 입장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지냐. 부끄럽고 자괴감이 든다. 후보자가 선서와 모두발언을 한 만큼 청문회는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서범수 의원도 "행안위 2년 동안 있으면서 고발 조치를 하잔 적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밀어붙인 적은 없었다. 입장이 바뀌었다지만 정도껏 해야 한다. 내로남불"이라면서 "(위원장이)중심을 바로잡고 청문회 진행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정부 1기 내각에서 장관 후보자들에게 계속해서 제기된 '아빠찬스' 의혹은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도 주요 쟁점이었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딸을 입법보조원으로 채용한 국회의원과 이 후보자가 서울대·사볍연수원 동기였다고 지적하며 딸의 국회 입법보조원 경력이 '아빠 찬스'가 아니냐고 따졌다. 이 후보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이어 "이미 딸이 대학에 진학해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문적 호기심으로 스스로 마련해 간 것으로 안다"며 "취업의 일환으로 급여를 받거나, 스펙을 포장하기 위한 인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딸이 고등학교 시절 후보자가 근무했던 법무법인 율촌에서 인턴활동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인턴 프로그램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오픈된 체험활동"이라고 해명해 '아빠찬스'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의혹을 해명하면서도 이 후보자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근거 없는 의혹에 가족들이 고통을 받았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인사청문회는 도덕성 검증에 너무 매몰돼 있다"며 "신상털기, 망신주기 청문회로 변질됐다"고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서 의원은 "문재인정부 5년간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이상이 34명으로 민주당은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또 돌변해 야당이 되니 도덕성 비공개 내용은 일언반구도 없다"며 "문재인정부 5년간 지속된 내로남불의 화룡정점이 아니냐"고 맞섰다. 서 의원은 이와 함께 "대학이나 취업에 도움을 받았다면 '아빠찬스'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며 이 후보의 해명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자의 불법 상속·증여세 등 탈세 의혹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추궁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가 모친이 실거주하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구의 한 아파트에 가액보다 높은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을 두고 상속·증여세 등과 같은 탈세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박완주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왜 의혹을 제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 혼자 살고 계신 집이 함부로 처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시가가 4억원이 되질 않는다. 5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적용되지 않아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 배우자가 2019년 6월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했다가 해지한 것과 관련해 채무자가 후보자 배우자의 가족회사로 추정되는 점을 근거로 '부당 수익'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잘못 알고 계신다. 근저당권 설정 금액은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수익한 금액이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근저당권을 해지하면 수익 발생이 아닌 빌려돈 준을 받는 것"이라며 "자기 돈을 돌려받은 것이니 수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차기 행안부 장관으로서 자격을 시험해볼 수 있는 질문에는 다소 말을 아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불리는 검찰개혁안에 대해 묻자 "법안의 내용에 대해서 청문회 준비 중이어서 자세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다만 알고 있는 바로는 검찰 수사권이 없어지면 경찰 수사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권에 대한)통제와 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인사기준을 묻는 김민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하고 있는 지역 순회에 대해 노골적 선거 개입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민들께서 판단해주실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을 포함해서 모든 공무원이 선거에 있어서는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하고, 선거에 관여하는 것은 일체 허용돼선 안 된다는 원칙과 제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