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 "당 뜻에 따르겠다"…인천 계양을 출마 임박

"당이 정리해주면 대선후보 지낸 사람으로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
"후배한테 비켜라 할 수 없다"…분당갑은 김병관, 계양을 출격 대기

입력 : 2022-05-05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사실상 마음을 굳혔다.
 
5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과 이 고문 측 관계자들은 "이 고문이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라며, 그 전제로 당의 입장 정리를 제시했다. 당이 한마음으로 이 고문을 전략공천하면 나서겠다는 얘기다. 출마 지역구로는 성남 분당갑보다 인천 계양을이 확실시된다. 

김두관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이 고문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며 "출마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김 의원에게 보궐선거와 관련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겠느냐"면서도 "당이 정리해주면 대선후보를 지낸 사람으로서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성호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고문 스스로 먼저 무엇을 하겠다는 입장이 아니질 않느냐"면서 "당에서 권유가 들어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지방선거 분위기가 너무 어렵고, 단지 이 고문이 지원 유세를 하는 것 정도로는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며 "인천이든 성남이든 본인이 직접 뛰어야 지지자를 모을 수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 고문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아는 최측근이다.
 
이 고문 측 핵심 관계자도 "중앙에서 일을 하려는 입장에서 보궐선거에 아예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 "당이 먼저 입장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10일 새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 패배 승복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는 친문계를 중심으로 이 고문의 조기 정계 복귀에 부정적 입장이 제기된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검찰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이 고문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탄법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이 고문이 출마할 일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 전 수석은 "대장동 문제, 법인카드 문제 등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프레임에 기름을 붓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좀 더 시간을 갖고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다"며 "어찌됐든 대선에서 패하지 않았나. 전면에 나서기에는 여러모로 명분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분당갑이라면 몰라도 계양을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면서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냈고 이를 기반으로 대선후보까지 올랐는데 분당갑도 아닌 계양을로 나서면 (인천에서 서울로 방향을 튼)송영길과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분당갑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천당 위 분당, 경기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반면 계양을은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공석이 된 일명 '주인 없는 자리'다. 송 전 대표는 이 지역에서만 5선을 지낼 정도로 민주당 세가 강하다. 이 고문 입장에서 당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만한 지역구도 없다. 또 송 전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심적 부담도 덜하다. '이심송심'으로 불렸던 송 전 대표도 이 고문의 출마를 원하고 있다.
 
이 고문 측 역시 이 점에 주목했다. 특히 분당갑에 출마하면 그간 이곳에 공을 들인 김병관 전 의원의 지역구를 뺏는 꼴이 된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분당갑에서 당선됐으나 21대 총선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0.72%포인트(1128표) 차이로 석패했다. 김 전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에 나서기 위해 최근 박병석 국회의장 비서실장 직을 사임했다. 이 고문 측 관계자는 "내가 나선다고 후배한테 비켜라고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월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인천시 서구 롯데마트 청라점 앞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단 당 지도부는 이 고문의 출마에 긍정적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상황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대선에서 이 고문을 지지했던 분들의 마음을 다시 결집시키는 게 선거의 아주 중요한 전략"이라고 했다. 또 "인천이나 수도권, 전국의 요구들이 있기에 그 부분을 좀 열어놓고 지도부가 판단을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원욱 전략공천관리위원장도 최근 잇단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민주당에 이재명만한 스타는 없다"면서 "차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4일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구 7곳을 전략선거구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4곳에 대한 전략공천을 단행했다. 경기 성남 분당갑과 인천 계양을은 이재명 고문의 출마를 고려해 이날 발표에서 제외됐다. 

최병호·김광연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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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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