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하 HDC현산)이 광주 붕괴 참사와 관련해 ‘재시공’ 카드를 꺼내들면서 유병규 대표이사 사장이 ‘위기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1월 취임 직후 ‘아파트 붕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며 존폐 위기에 몰렸던 만큼, 신뢰 회복을 통해 반등 모멘텀을 꾀해야 하는 과제가 존재해서다.
HDC현산 역시 유 대표에 대해 '산업 분야의 통섭적 능력과 그룹의 경영 전략을 융합해 그룹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온 바 있다'라고 평가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다. 현대경제연구원 출신인 유 대표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실무총괄책임(지원단장)과 제20대 산업연구원 원장을 거쳐 2018년 HDC그룹에 합류, HDC 사장을 역임했다.
유 대표는 그룹 컨트롤 타워로서 신성장동력 발굴과 계열사 역량 강화에 힘썼던 경험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하원기 건설본부장(전무), 정익희 최고안전책임자(CSO)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이뤄 HDC현산의 재도약을 꾀해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왼쪽부터)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정몽규 HDC 회장,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건설본부장·전무)가 추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HDC)
유 대표가 내세운 목표는 '종합금융부동산기업'이다.
그는 취임 당시 “유일한(Only-One) 최강 디벨로퍼가 돼 소비자들의 삶의 가치와 행복을 높여주는, 칭찬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먼 상황이다. 현재 화정아이파크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시공권 해지 행사 움직임까지 나타나며 직·간접적인 수주경쟁력 저하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산은 올해 2월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 시공에서 배제됐으며 지난달에는 광주곤지암역세권 아파트 신축공사와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에 대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신축공사 2건의 계약금은 각각 1830억원, 1조 972억원으로 계약 당시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대비 6.6%(2018년말), 20.4%(분할 전 2017년말)에 달한다.
여기에 국토교통부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83조를 적용, 최고 수위인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한 바 있어 존립 자체도 위태로운 실정이다.
HDC현산은 올해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본업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대규모 랜드마크 사업을 발굴하고 전국각지에 2만3000여가구를 공급하는 등 부동산개발(디벨로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차별화해 나가기로 했지만, 당장 기사회생 여부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작년 6월 발생한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또한 하수급인 관리의무 불이행의 경우 영업정지 대신 4억623만여원의 과징금으로 대체됐지만, ‘부실시공’에 대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은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본안 사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지만, 올해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만큼 결과를 낙관하기엔 이른 것이다.
주택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비롯해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는 일도 유 대표의 숙제다. 화정 아이파크의 경우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기로 하면서 사고 수습이 일단락에 접어들었지만,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친 까닭에 건설현장 안전과 품질관리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어서다.
(표=뉴스토마토)
수익성 제고도 필요하다. 올해 1분기 HDC현산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680억95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1184억원) 대비 42.5%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475억900만원으로 48.1%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9.31%로 1년 전(17.05%)에 견줘 7.7%포인트 이상 빠졌고, 매출총이익률은 23.7%에서 16.8%로 내려갔다.
신규 수주는 1분기 6550억원으로 1년 새 43.1% 줄었다. 반면 부채비율은 126.9%에서 144.2%로 뛰었고 외부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나타내는 순차입비율(순차입금/자본총계)은 -18.3%에서 37.1%로 급증했다. 더욱이 최근 신용등급까지 내려가면서 신규 대출 제한이나 만기 연장시 금리 인상, 추가 담보 등에 대한 부담도 내재한다.
화정아이파크 재시공에 따른 비용도 존재한다. 현재 광주 화정 아이파크 관련 건축비와 입주지연 보상금, 주거지원비 등을 포함해 추가 투입될 비용은 약 4000억원 수준으로, HDC현산은 지난해 1750억원을 선반영한데 이어 올해 추가로 2000억원을 비용 처리할 예정이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마진은 이익률이 높은 현장 종료와 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하락했다"라며 "(학동 사고 관련) 8개월 영업정지는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중지됐지만, 기계약 현장들의 계약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조심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