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브랜드 딘토를 운영하는 트렌드메이커의 안지혜 대표(사진=트렌드메이커)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여성이 남의 시선에 맞추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다."
안지혜 트렌드메이커 대표는 지난 6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비건 브랜드 '딘토(Dinto)' 론칭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상품을 직접 개발하는 안 대표는 평소 얻는 영감의 근원지로 고전문학 작가를 들었다. 루이자 메이 올컷, 이디스 워튼, 운초 김부용,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젤다 피츠제럴드, 제인 오스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프란츠 카프카 등 다양한 작가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품명이 탄생했다.
딘토는 자연스럽되 클래식한 무드를 추구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정돈된 내면을 지닌 여성이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그저 찰나의 유행이 아닌 수백년의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클래식함을 지향한다.
트렌드메이커는 세계적으로 비건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연매출로 6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오는 2025년은 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잡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딘토를 론칭한 후 현재 자사몰 회원은 3만명에 달하며, 한국과 일본에 이어 태국, 베트남, 미국까지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배우 문가영을 전속모델로 기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안지혜 대표와의 일문일답.
딘토를 론칭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딘토를 론칭하기에 앞서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여성들이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성장을 중요시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꿀 수 있는 브랜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고전 문학과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키워드로 잡고 딘토를 만들게 됐다.
사실 트렌드메이커를 설립한 후 바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다이어프 식품 브랜드 핀 더 푸드(Pin the Food)로 시작했다가 지난해 딘토를 론칭한 후 현재는 화장품 사업에 90%가량 집중하고 있다.
딘토는 여성들이 화장하는 순간을 단순히 '오늘 예뻐 보여야지'라는 생각을 넘어 내면까지 정돈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점에서 여성의 주체성과 사고의 확장을 비전으로 두고 있다.
여성이 어떤 글을 일고, 어떤 책을 보고,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가고 이를 발판으로 미래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이 그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한마디 더 첨언하면 영국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격언이 떠오른다. 그는 '우리는 모두 남성적 여성이거나 여성적 남성이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오늘 날 이 말이 우리에게 굉장히 큰 시사점을 던져 준다고 본다. 화장품의 기능이 어떻고, 색깔이 어떻고라는 생각을 넘어 문화적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고 싶은 게 우리의 꿈이다.
브랜드 론칭 2년차인데 그간의 성과는
최근 비건 화장품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딘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월 CJ올리브영 온라인몰에 입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에도 입점하는 성과가 있었다. 통상 오프라인 매장 입점까지 1년가량 걸린다고 들었는데 딘토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브랜드 론칭 3개월 만에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도 들어갔다. 올 1월에는 일본 도쿄 신주쿠 이세탄백화점 입점에 성공하기도 했다. 오는 6월 중순에는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서 일주일간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외부 투자금 유치도 빠르다. 스타트업 투자 전문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로부터 1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1억원을 추가로 받았고, 마크앤컴퍼니와 윤민창의투자재단이 2억원, 최근 한 사모펀드로부터 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딘토가 선보인 4차 컬렉션은 운초 김부용에게서 영감을 받은 컨실러 3종과 폼프라이머 1종이다.(사진=트렌드메이커)
과거와 달리 화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딘토만의 차별점은
지금은 과거와 달리 고객이 화장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취향이다.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화장을 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태도와 자세도 바뀐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메이크업에 우아함을 좀 더 살리고자 했고 이러한 점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딘토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건 화장품의 경우 기존 화장품보다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지는 않나
동물성 성분을 쓰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쓴다고 피부 트러블이 나는 것은 아니다.
원료가 독해서 트러블이 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식약청이 애초부터 이같은 원료의 사용을 금지했을 것이다. 트러블이 나는 경우는 원료가 독해서라기보다는 개인차에 따른 알레르기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우선 일본은 도쿄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 입점한 후 현지 유통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베트남과 태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동양인 피부에 맞춰 개발한 제품이 많아 우선적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비건 브랜드의 경우 해외 진출시 일반 화장품에 비해 과정이 좀 더 까다롭다. 일반 화장품은 그간 축적된 데이터가 많아 시장 진출이 수월한 편이지만, 비건 화장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비건 화장품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가 수립되지 않은 나라도 여전히 많다.
현지 규제에 맞춰 상품을 제조해야 하는 동시에 동물성 성분이 아닌 것을 찾아야 해서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도 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화장품 수출시 동물 실험이 필수적이었다. 최근 이 같은 규제가 바뀌었다고 하니 중국 진출도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인 만큼 수출보다는 중국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딘토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역직구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목표와 최종 비전은
8월에 5~6차 컬렉션을 새롭게 론칭한다. 올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여 딘토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앞서 말했지만 6월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서 열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직접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 보니 나도 그렇고 직원들도 국내 첫 팝업스토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무신사와 논의해 8월에도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주력으로 하는 색조뿐 아니라 향수, 헤어, 바디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해 3년내로 기업가치를 100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딘토 전속모델인 문가영 배우와의 호흡도 기대하고 있다. 평소 책을 많이 읽고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문가영 배우와 딘토가 선명한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가영 배우는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의 진행자를 맡기도 한 만큼 딘토와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