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지난 12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끝으로 윤석열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강행만 믿고 극도로 오만함을 보였던 장관 후보자들이 돋보였던 청문회였다. 특히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정치 데뷔 무대로 삼아 여론전에 치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벼르며 날을 갈았지만 '이모' 발언 등 준비가 안 된 모습만 보이며 망신만 샀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정호영 "떳떳하다고 생각했기에 이 자리까지 왔다"
정호영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인선이라고 자평하며 빈축을 샀다. 민주당의 쏟아진 자진사퇴 촉구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등과 관련해 이른바 '아빠찬스' 의혹을 사며 국민의힘으로부터도 자진사퇴를 종용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국 사태까지 재소환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태경 의원과 김용태 최고위원 등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기되던 비판은 당 전반에 지방선거 역풍 우려로 번지며 급기야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의 우려를 윤 대통령 측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과 자녀들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떳떳하냐'는 질의에 "제가 떳떳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비롯해 해명 자료만 60여건 준비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지만 그는 “(관련 의혹들은)전부 근거가 없다고 떳떳하게 말씀드린다”고 반박하며 "왜 조국하고 비교가 되어야 하냐.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진 “현금 걸고 치는 온라인 포커, 넓게 보면 게임”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장남이 해외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사와 관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온라인상에서 현금을 걸고 포커를 치면 도박이냐, 게임이냐’고 질의하자 박 후보자는 “넓게 보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해 논란을 빚었다. 박 후보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 제기되고 논란이 된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고 자세를 낮췄지만 김 의원은 “마약상도 넓게 보면 제약회사에 해당하냐”라며 박 후보자를 나무랐다. 박 후보자는 민주당 반대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박보균 "강제징용 배상, 우리 기업들이 피해자 지원해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서 돈을 받아 발전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기자 재직 시절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굴지의 포스코가 생겼고, 포스코가 앞장서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모금을 해야지 왜 일본에 손을 벌리냐'는 칼럼을 쓴 바 있다. 이에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일본이 잘못했는데 왜 우리가 보상해야 하느냐"고 반문하자 박 후보자는 "일본이 잘못했다고 해도 1965년에 청구권 자금을 받아서 포항제철을 짓고 여러 가지 발전을 이뤘다"며 "일본에서 돈을 받아 발전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결국 그릇된 '역사관'이 확인되면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동훈 "'검수완박', 국민이 보게 될 피해 명확"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발언부터 민주당과 대적하는 자세로 나왔다. 그는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이 법안은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보게 될 피해는 너무나 명확하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인사청문회 초반부터 싸우자는 것이냐"고 항의, 청문회가 정회되는 소동으로 이어졌다. 한 후보자가 말한 '부패한 정치인'은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여론전에서도 민주당은 밀렸다.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실수도 남발하면서 국민적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의 딸이 이모 의대 교수와 함께 쓴 논문을 ‘이모’와 같이 썼다고 지적했다가 뒤늦게 정정했다. 최강욱 의원은 노트북을 기증받은 보육원의 기부 내역에 ‘한00’이라고 적힌 점을 들어 딸 명의로 기부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는데, 한 후보자는 “(기부를 한 업체인)한국000 같다. (옆에)영리법인이라고 돼 있다. 딸 이름이 영리법인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13일 오후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임명 강행 수순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여야 간 대치도 심화됐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한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검증은 노련하지 못해 미완성이자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임기 초반이니 인선 강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임기 중후반에는 이렇게 강행할 수 없다"고 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