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윤석열 정권이 출발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권이 출발하든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곧 실망으로 바뀐다.
윤석열 정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잘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한 국민들이 절반은 넘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1년 후에 ‘잘하고 있다’는 평가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첫 출발부터 꼬였다. 당선인 시절에 가장 열심히 한 것은 ‘집무실 이전’이었다. ‘집무실 이전’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1순위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납득할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꼬인 부분을 풀기 위해 청와대 개방을 띄우고, 용산 미군기지 공원 개방을 서두르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심각한 오염이 확인된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를 졸속으로 개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권의 두 번째 발걸음도 꼬였다. 인사 문제였다. 흠결이 많은 총리와 장관 후보자를 고집하면서 꼬였다. 한덕수 총리는 국회에서 임명 동의를 받았지만, 흠결이 적어서 받은 것이 아니다. 야당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인준을 받았을 뿐이다. 숱한 의혹이 제기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지금 정부와 청와대에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검찰 출신들이 많이 들어갔다. 검사 출신은 물론이고, 검찰 일반직들도 청와대 인사기획관, 총무비서관, 부속실장 같은 핵심 역할들을 맡았다.
대검찰청 사무국장 출신이 청와대 인사기획관을 맡았고,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 출신이 총무비서관을 맡았으며, 검찰총장 비서관 출신이 부속실장을 맡았다. 대검찰청 조직을 옮겨놓은 듯한 인선이다. 아마도 검찰 출신들이 이렇게 청와대 요소요소에 임명된 것은 사상 처음일 것이다.
특히 윤재순 총무비서관의 경우에는 성 비위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 이미 검찰에 있을 때 두 번이나 징계성 처분을 받은 사람을 굳이 청와대로 데리고 들어가려는 이유가 뭘까?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의문의 연결고리로는 ‘특수활동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근무했던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는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는 부서다. 돈을 관리하다가 검찰총장이 가지고 오라고 하면, 현금화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부서인 것이다. 일종의 ‘곳간지기’라고 할 수 있는 부서다.
그런데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청와대 예산을 관리하는 역할이고, 그 예산안에는 청와대 특수활동비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검찰에서 자신의 곳간지기 역할을 하던 사람을 청와대로 데리고 와서 곳간지기 역할을 시키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대검찰청의 곳간이 투명하게 관리되었느냐에 있다. 대검찰청에서 예산이 투명하게 관리되었다면, 그 사람을 청와대로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검찰청의 예산은 매우 불투명하게 관리되었다. 정보공개 청구에도 불구하고, 특수활동비 등 문제가 있는 예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공개했다. 소송에서도 ‘특수활동비 집행정보가 대검찰청에는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했다. 국민 세금을 쓰면서도 아무런 집행내역도, 지출 증빙자료도 없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심지어 다른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개하고 있는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조차도 검찰은 비공개하고 있다.
이렇게 예산을 불투명하게 관리하는 대검찰청에서 ‘곳간지기’ 역할을 하던 사람을 청와대로 데리고 왔다는 것은 ‘청와대 예산도 불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까?
그렇지 않다면 성 비위 논란에도 불구하고 굳이 문제 있는 사람을 임명할 이유가 없다.
물론 청와대 예산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는 역대 정권이 모두 책임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썼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쓰게 되는 것은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일 것이다. 게다가 이전 기관에서 자신의 곳간지기 역할을 했던 사람을 성 비위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곳간지기로 쓰겠다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런 식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성 비위’ 곳간지기를 둘러싼 논란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곳간지기를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도 되었으니, 검찰총장 시절에 썼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은 공개하고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