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호실적 낸 라면 3사…"2분기 먹구름 몰려온다"

매출·영업익, 두 자릿수 성장…라면 수요·수출 호조 견인
요동치는 국제 곡물…소맥·팜유 가격, 1년 새 30% 올라

입력 : 2022-05-23 오후 4:39:16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국내 주요 라면 3사가 가격 인상 효과 등으로 올해 1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마음 놓고 웃지 못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과 팜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원가 부담으로 2분기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004370)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2% 늘어난 343억원으로 나타났다. 
 
오뚜기(007310)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했다. 오뚜기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6712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 증가한 59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양식품(003230)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022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기와 비교하면 44.4%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7% 늘어난 24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라면 3사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건 코로나19에 따른 내식 수요 증가로 인해 라면이 잘 팔렸고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린 라면 가격 인상분이 매출액에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오뚜기를 시작으로 농심과 삼양라면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올해 1분기 국내 라면 업체들의 해외 수출 실적이 좋았던 것도 호실적을 견인하는 데 한몫했다. 여기에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농심의 올해 1분기 북미 지역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7% 증가했다. 삼양식품의 해외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하면서 직전 분기에 이어 최대 수출 실적을 갱신했다.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 식용유 코너에 유지류 품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현재 이러한 실적 강세 흐름이 2분기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국제 곡물 가격, 팜유 가격 상승세에 따른 영향이 라면 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입 소맥 가격(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 소맥 선물가격의 평균 단가 기준)은 톤당 333 달러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 팜유의 가격(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팜유 현물가격의 평균 단가 기준)은 톤당 1524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7.3% 오른 수준이다.
 
증권가를 비롯한 전문가들 역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향후 라면 업계의 원가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맥·팜유 비중이 큰 라면 업체들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원가 부담이 급격히 가중될 것”이라며 “곡물가가 과거 싸이클 평균 주기인 약 2년 7개월에 수렴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연말까지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원재료 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라면 업체들은 저마다 원가 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의 급등으로 지속적인 수익 확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삼양식품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구조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 절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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