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기능은 한 번 저하되면 되돌릴 수 없어 결혼이나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항뮬러관호르몬 검사를 통한 난소 건강 확인이 권장된다. (사진=GC녹십자의료재단)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높아지는 초혼 및 초산 연령, 환경호르몬과 생활 습관 변화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생식능력이 저하되면서 난임을 고민하는 부부들이 많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난임 환자 수는 2016년 21만9110명에서 2020년 22만8382명으로 5년 새 약 4% 증가했다.
난임은 개인 문제를 넘어 정신적 고통과 일과 가정의 불균형, 가족 구성원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난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개인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피임 없이 부부관계를 가지면 1년 이내 임신 가능성은 85%, 2년 이내는 95%다. 1년 정도 임신 시도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난임으로 정의한다.
흔히 난임과 불임을 혼동하는데, 임신이 불가한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경우는 불임이라 정의한다. 난임은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임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로 구분된다.
난임의 원인을 보면 남성 요인 30%, 여성 요인 30%, 부부 양측 요인 10%, 원인불명이 25%를 차지한다. 여성 난임은 자궁질환이나 배란장애, 난관 요인, 자궁 요인, 난소 기능 저하 등이 꼽힌다. 남성적 요인으로는 정자를 만드는 고환에 이상이 있는 경우, 발기 장애, 정액 내에 정자가 없는 무정자증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성 원인으로 인한 난임이 의심되면 정액의 양, 농도, 정자의 운동성과 모양 등을 평가하는 정액검사를 받을 수 있다. 난임이 여성 원인 때문인지 확인하려면 기본적인 건강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한 검사와 병력청취가 진행된다. 기본검사에선 생리주기, 임신력, 수술력, 내과적 질병, 흡연이나 음주 여부, 체중과 체질량지수 등을 파악한다.
최근에는 초혼 연령 증가와 여성들의 늦어지는 임신과 출산 시기로 인해 여성의 다양한 난임 원인 중 난소 기능 저하가 주요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 난소 기능은 만 25세부터 서서히 저하되며 35세가 넘어가면 더욱 빠른 속도로 난자의 수와 질이 떨어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구청 및 읍·면사무소에 신고된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재작년보다 각각 0.1세, 0.3세 높아졌다.
여성의 대표적 생식기관 중 하나인 난소는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임신에 가장 중요한 배란이 이뤄지는 곳이다. 여성은 출생 시 약 200만개의 원시세포를 가지고 태어나며 나이가 증가하면서 난포의 개수가 감소하고, 노화로 인해 난소의 기능도 점차 저하돼 결국 폐경을 맞이하게 된다.
난소 기능이 반드시 나이에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유전적 요인이나 기저질환, 생활 및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 만큼 젊은 여성들에게도 난소 기능 저하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난소 기능이 한번 저하되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가임기 여성이라면 당장의 임신, 출산 계획이 없더라도 평소에 난소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난소 기능 저하에 따른 특별한 증상이 없어 여성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통 초음파와 피검사를 통한 호르몬(LH, FSH 등) 수치 측정을 통해 난소의 배란 기능을 확인하는데, 최근에는 생리주기에 관계없이 난소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항뮬러관호르몬(Anti-Müllerian Hormone, 이하 AMH) 검사가 주목받고 있다.
AMH는 난소의 과립막 세포에서 생성돼 난포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수치를 통해 남아 있는 원시난포의 수를 파악해 대략적인 난소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이 검사는 혈액 내 AMH 농도를 측정해 정량화된 결과를 산출해 주고, 월경주기에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난소 기능 감소를 조기에 나타낼 수 있는 유용한 지표다.
AMH 검사는 임신, 출산뿐만 아니라 다낭성 난소 증후군, 난소암 등의 난소 질환 유무와 폐경 시기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결혼이나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검사 결과에 따라 임신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어 25세 이상 여성이라면 2~3년 주기로 AMH 검사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또 난소 기능의 저하가 강력히 예측될 경우에는 보다 정밀한 난소 기능 평가를 통해 치료 방향을 판단하거나 필요시 난자 동결 여부를 고려할 수도 있다.
안선현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난소 기능은 한 번 저하되기 시작하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라면서 "당장 결혼 및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난소 기능과 질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AMH 검사를 진행해 볼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