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투표'마저 외면…정의당의 몰락

대선 이어 지방선거 참패 예고…"기회 달라" 읍소에도 국민은 냉랭
'민주당 2중대' 거부 후 외길 고수…스타 실종에, 노동자 정당에서 페미니즘 정당으로

입력 : 2022-05-27 오후 3:09:23
여영국 정의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배진교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은주 공동선대위원장과 의원 및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중앙선대위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 2016년 지방선거와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던 정의당이 20대 대선에 이어 이번 6·1지방선거마저 민심으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오던 민주당과의 연대를 끊고 마이웨이를 선언한 결과 치고는 초라하다. 권영길, 단병호, 강기갑, 노회찬 등 대중성을 갖춘 스타들이 사라진 데다 노동자를 비롯해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하던 대중성이 페미니즘 소수 논리에 갇힌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27일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읍소했다. 배진교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광주를 찾아 "정의당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시의회 23석 중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분된 3석 중 1석을 놓고 국민의힘과 경쟁 중인 상황은 정의당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여영국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전날 서울시청 광장에서 "정의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부족했다. 3번 정의당을 지켜달라"며 애절함을 드러냈고, 광주광역시당은 25일 5.18민주광장에서 '부족했습니다. 정의당에게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라는 현수막을 들고 머리를 숙였다. 
 
정의당이 이처럼 읍소에 나선 것은 최근 이어진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결과를 받아들며 강한 위기감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중 7곳만 후보를 냈다.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민주노동당 때부터 정의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정당투표'에서 힘을 잃었다. 정의당은 25일 발표된 CBS·조원씨앤아이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3%를 기록, 국민의힘(45.7%)과 민주당(34.5%)에 크게 뒤졌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도 흐름은 비슷하다. 2~3% 안팎의 낮은 정당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정의당이 지난 25일 오전 광주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부족했습니다. 정의당에게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 현수막을 들고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의당 제공, 뉴시스 사진)
 
그간 비례대표를 통해 꾸준히 시의원 의석을 확보했던 광주의 경우 국민의힘에조차 밀리고 있다. 최근 KBC 광주방송이 광주 서구에서 실시한 비례대표 광주시의원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정의당은 10%로 민주당(54.5%)과 국민의힘(22.7%)에 뒤진 3위에 그쳤다. 통상 5% 이상 정당 지지를 받아야 비례대표 의석 할당 자격을 얻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정의당은 광주시의원 비례대표 의석을 1석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같은 흐름은 광역비례대표 10명, 광역지역구 1명, 기초비례대표 9명, 기초지역구 17명 등 총 37명을 당선시키고 광역의원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에서 8.97%를 기록한 2018년 지방선거와 크게 대비된다. 정의당은 당시 6석의 소수정당이었지만, 바른미래당(7.81%)과 민주평화당(1.53%)을 제치고 정당 득표율 3위에 올랐다.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정당 지지도에서는 9%를 기록, 10%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를 턱 밑까지 쫓으며 제1야당 지지율까지 넘봤다.
 
정의당의 부진은 20대 대선에서 당내 가장 높은 대중성을 지닌 심상정 후보를 내세우고도 2.37%의 득표율에 그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19대 대선만 해도 6.17%였던 심 후보의 득표율은 4년 만에 3.8%포인트나 급감했다. 심상정의 몰락이 곧 정의당의 몰락이었다.
 
이정미(왼쪽에서 두 번째) 정의당 인천시장 후보가 26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계양역 입구에서 심상정(오른쪽)·배진교(오른쪽에서 두 번째) 의원과 함께 시민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진 배경에는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끊으려 민주당과 늘 대척점에 서고 외길을 고집하는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당은 심 후보가 20대 대선을 완주한 데 이어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정미 후보도 민주당의 단일화 제안을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택했다. 다른 지역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와 함께 과거 노동자와 농민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던 대중성을 잃고 페미니즘 등 소수 논리에 치중하면서 민심과 멀어졌다. 일각에서는 기득권으로 변질된 민주노총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는 한 정의당의 미래는 없다고도 했다. 류호정 의원의 경우 옷차림 하나하나가 의도와는 다르게 희화화됐다.  
 
과거 민주노동당 총선기획단장 등을 역임한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말을 제일 듣기 싫어하지 않느냐"며 "하지만 애초 정의당은 진보라는 테두리에서 민주당과 같은 출발점에 있었고 대중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만 보더라도 제3당이 스스로 지지를 얻는 경우가 없다. 정의당의 부진은 민주당과의 타협이 아닌 독자 노선을 고수하면서 국민에게 외면받은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으로서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정의당은 남은 기간 최대한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판세야 당연히 저희가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앞두고 기자회견 등을 가진 것"이라며 "선거 초반부터 양당과 달리 구체적으로 몇 곳 이렇게 목표를 잡았던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권에 있는 기초의원 후보들, 전략적으로 당선을 놓고 경쟁하는 단체장 후보들을 통해 당의 지역기반을 얼마나 복원·확대하느냐에 초점을 둔 상황"이라며 "남은 기간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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