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자사에 제기된 의혹을 보도한 KBS와 취재기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호반건설에 대해 언론단체들이 "폭압을 중단하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KBS기자협회는 30일 '호반건설은 KBS 기자들에 대한 폭압을 당장 중단하라'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도 언론 보도의 대상이었던 당사자인 만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나 소송 등의 구제 수단을 통해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자사의 권익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며 "그러나 5억원에서 10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취재기자를 피고로 삼고, 취재기자의 급여에까지 가압류 신청을 하는 것은 양식을 의심하게 하는 폭압적 행태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호반건설의 대응은 KBS와 취재기자를 본보기 삼아 자사를 향한 언론들의 후속 취재를 막아보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거대 자본 권력인 호반건설이 기자 개인의 급여까지 가압류하려 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은 물론 전자신문, EBN의 지분을 사들이며 여러 언론사의 대주주가 됐다"며 "언론을 사익 실현의 도구로 삼지 않고 언론사 대주주에 걸맞은 인식과 행동을 보여줘야 하건만, 일련의 행태는 과연 호반건설이 자격을 갖췄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민과 독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호반건설은 KBS 취재기자들에 대한 거액의 소송 제기와 재산 가압류 신청을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며 "언론 보도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저열한 행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호반건설은 과연 언론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언론인과 언론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문제 제기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남부지법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호반건설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과정을 보도한 KBS '뉴스9'에 대해 정정보도와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손해배상 소송 대상에는 취재기자도 포함했으며, 취재기자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 신청도 했다.
또 호반건설과 김상열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은 비판 기사 삭제 사건을 조명한 '시사기획 창'의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편에 대해서도 KBS와 취재기자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호반건설은 '시사기획 창' 방송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도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지난달 4일 호반건설 등이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관련 기사 57건이 공식적인 설명이나 논의 없이 전격적으로 삭제된 것은 이례적 사건"이라면서 "그 문제점을 취재·방송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기각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