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지 않을 권리③)"지정병원 폐지만으로는 안 돼…의료·주거 연계 시스템 필요"

"의료급여 대상 기준부터 장벽…배제된 노숙인 다수"
진료거부 민간 의료기관…"정부, 제재 방법 모색해야"
퇴원 후 주거지원 등 정책 연계로 사후 건강관리 필요

입력 : 2022-06-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노숙인도 평등하게 누려야 할 건강권이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로 침해되면서, 시민단체들은 이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숙인들이 특정 의료시설뿐 아니라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의료급여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시작으로 노숙인 의료급여 수급 자격 요건 완화, 의료기관 간병인 동행지원과 퇴원 후 완전 회복이 가능한 주거공간 제공 등 종합적 의료 지원 시스템 구축이 뒤따라야 노숙인의 건강권이 온전히 보장될 수 있다는게 노숙인 관련 시민단체들의 제언이다.
 
현재 의료급여법에 의한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 중에는 노숙인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법과 별도로 존재하는 '노숙인복지법'은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 제도를 만들어, 노숙인들의 의료시설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노숙인들은 지정된 병원에서만 진료가 가능하다. 
 
노숙인진료시설 지정제도 폐지는 첫발일 뿐이라는 게 노숙인과 관련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이 제도의 폐지와 더불어 노숙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점은 의료급여 대상 확대다. 노숙인이 1종 의료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노숙인복지법에서 지정하는 '노숙인 등'에 해당하는 자인 동시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급여가 필요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요건은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노숙인 자활시설(쉼터) 입소자 중 ‘노숙인법’에 따른 노숙인 해당기간(거리에서의 노숙생활, 노숙인시설 입소기간, 쪽방 거주등)이 3개월 이상 지속 유지된 것으로 확인되며 질병, 부상, 출산 등에 의해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6개월이상 체납된 사람 등이다.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런 탓에, 한곳에서 3개월 이상 생활하지 않는 노숙인들과 거리, 시설입소, 쪽방 등과 같은 온전주거라 할 수 없는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수급권자가 될 수 없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의료급여 제도 자체도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차별받고 있는 실정에서 노숙인은 2중, 3중의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선정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의료시설 지정제도를 없애, 법적으로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급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의료기관 지정제도 철폐와 동시에 노숙인 진료를 거부하는 민간 의료기관들을 막을 방법도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팀장은 "일부 민간의료기관은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을 기피하거나 지불능력을 담보하라며 연대보증인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진료거부엔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한국은 대부분이 민간의료기관인데 이들이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을 법적 근거도 없이 거부한다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제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체계적인 노숙인 의료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간병인 동행지원과 퇴원 후 주거지원의 제도 개선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노숙인들의 지정 병원은 거의 2차 병원(병상 수 30개, 진료과목 7개 이상)인데 이 병원은 검사 시 수납과 접수 등 진료과정이 복잡해 노숙인들이 혼자 접수하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예컨대, 내과만 진료하다 외과에서 추가 검사 안내를 받는 등 협진 의료가 있으면 노숙인시설에 다시 돌아가 의료급여 증명서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문제점으로 휴대폰이 없는 노숙인들은 치료를 못 받고 그냥 나온다"고 노숙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행 간병인이 있다면 진료 접수와 담당 기관과 소통해 팩스로 증명서를 요청하는 등의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보통 병원은 입원치료 시 회복 90% 정도의 몸 상태에서 주거 공간 내에 휴식하라고 권고한다"며 "노숙인은 몸이 온전하지 않은 몸 상태에서 거리나 쪽방, 고시원 등 회복에 적합하지 않은 공간으로 돌아가게 돼, 퇴원하고 사후관리를 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건의료 정책과 자치구와의 연계를 통한 지원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시민단체 의견이다. 안 활동가는 "서울시는 현재 노숙인복지법에 의해 노숙인 주거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노숙인 보건의료 정책과의 연계가 전무하다"며 "주거 시설과 노숙인시설을 보건의료 정책 지원 체계에 붙여 치료와 회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오후 서울 중구 서울력광장에서 열린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 전면폐지 촉구 결의대회에서 한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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