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독 세대론이 거셌다. 일자리·주거·자산 등 젊은 세대의 현실 문제가 선거 상황에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서는 2·30대 유권자의 표심을 살폈고,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정책 발표와 약속도 이어졌다.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나눠서 젊은 세대에게 어떤 혜택을 준다든지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이 된다. 그런데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과 약속이라는 것을 들을 때마다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들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젊은 세대가 겪는 문제들이 무엇일까.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자산은 적고, 특히 급등하는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커서 작은 집 하나 갖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문제들을 살펴보면 젊은 세대만 겪는 문제라고 할 수가 없다. 젊은 세대가 처한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우리 사회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청년 세대의 문제로 치부하면 문제가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다. 해결책이 쉽게 보이기도 한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청년들에게 소득을 기준으로 12개월간 최대 월 20만원의 임차료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접근방식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지 않고 특정 세대만의 불평등과 차별 해소가 가능할까. 예를 들어 주거문제 해소용으로 자주 등장하는 임대주택의 경우를 보자. 청년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려면 그만큼 소득과 자산이 적은 이들이 임대주택에서 탈락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면서 10년 이상 된 부부는 제외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세대 포위론이라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선거 전략상 어떻게 하면 표를 더 모을 수 있는가 만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상황까지 되어 버렸다. 세대론은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를 가릴 수도 있고, 문제를 감추거나 치워버리니 문제 해결도 멀어지게 된다. ‘부자 종부세는 내려주면서 2030 세대에겐 무엇을’이라는 한 시사주간지의 기사 제목이 눈에 띈 적이 있다. 상당히 의아했다. ‘부자 종부세를 내려주면서’와 대비되려면 ‘주거 약자에게는 무엇을’, 혹은 ‘집 없는 서민에게는 무엇을’이 되어야 올바른 대조군이 아닐까.
온 국민의 촛불 속에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심판을 받은 가장 큰 이유가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주거의 자유를 파탄시킨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헛손질 연속인 수십 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 동안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정책담당자는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강단으로 복귀하거나, 다음 선거 출마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청년에 자원을 집중하면 주거문제가 대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접근방식은 또 다른 대국민 사기극이다. 전세든, 월세든, 자기 집을 소유하고자 했든 ‘안정된 주거의 꿈’을 짓밟힌 대상을 특정 세대로 한정할 수 없다.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는 자산과 소득을 가졌고,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가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간혹 젊은 세대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기성세대를 볼 수가 있다. 그들은 주로 사회 유력인사인 경우가 많다. 나는 그들의 말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사회 불평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이 아닌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책임을 이야기한다면, 그런 이야기는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