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의원이 또 다시 맞붙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행보 관련 설전은 신경전이었을 뿐, 본질은 혁신위 출범과 공천제도 손질에 있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전선을 넓혀가며 다시 한 번 설전을 주고 받았다. 특히 정 의원이 "정치선배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어이가 없다"고 응수하는 등 수위도 한껏 높아졌다. 정 의원은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중진으로, 당내 윤석열계 맏형 격으로 불린다.
정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선배로서 한마디 적는다"며 "최근 이 대표의 언행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정치 선배의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 낡은 정치의 암수를 동원해 논점 흐리기 덮어씌위기에 나섰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느냐"고 꾸짖었다. 이어 이 대표가 언급한 'PPAT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고 압박한 사람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이 대표는 마치 제가 연관된 것처럼 자락을 깔았고, 언론이 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당대표에게 공천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 대표 언급을 꺼내며,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사람 좋다고 함부로 걷어차는 것 아니다"며 글을 마쳤다.
그러자 곧장 이 대표가 반격에 나섰다. 그는 "공천 관련해서 혁신위와 아무 관계없는 조강특위 내용을 끌어들이신 분이 누구냐"며 정미경 최고위원 사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어 "남을 저격할 용기는 본인도 저격당할 용기에서 나온다"며 "사람 언급해서 저격하신 분이 저격당하셨다고 불편해하시면 그 또한 내로남불"이라고 되받았다. 반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당의 최다선이자 어른에 정치선배를 자처하면서 선제적으로 당내 인사를 몇 분 저격하셨느냐"며 자신과 정미경 최고위원, 혁신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러면서 "이래놓고 먼저 때린 다음에 흙탕물 만들고 '대표가 왜 반응하냐'(고 한다)"며 "적반하장 하는 게 1년 내내 반복되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앞서 두 사람은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정진석), "자중하시라. 간 보는 것이고 기회주의"(이준석) 등 설전을 주고받은 바 있다. 또 정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며 전선을 혁신위로까지 넓혔다. 차기 당대표가 행사할 총선 공천권에 대한 이 대표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미였다. 반면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통해 친윤계의 공천 전횡을 막겠다는 의지로 맞섰다. 여권 내에서는 이를 두고 지방선거도 마무리된 만큼 이 대표와 친윤계의 본격적인 당권투쟁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1차 분수령은 오는 24일 열리는 당 윤리위가 될 전망이다. 친윤계는 이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본격화하며 당대표직 조기사퇴를 부채질 중이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