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비대위, 혁신형 아닌 관리형 한계 직면

전당대회까지 물리적 시간 한계…친문·친명 눈치볼 수밖에 없어
스스로도 "전대까지 2개월 관리할 관리형 비대위" 규정

입력 : 2022-06-08 오후 5:17:03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민주주의, 전환의 기로에 서다'를 주제로 열린 '6·10 민주항쟁 35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임된 우상호 의원 인선을 놓고 최근 극명하게 대립 중인 친문(문재인)과 친명(이재명) 모두 큰 이견은 없었다. 문희상, 유인태, 정세균 등 당 원로급들이 하나같이 손을 내저으면서 우 의원 외에는 마땅한 대안도 없었다. 다만 양대 계파 간 눈치에, 8월 전당대회까지 주어진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비대위는 태생부터 혁신형이 아닌 관리형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4선 중진의 우 의원은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상대적으로 계파 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으며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일찌감치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등이 주장한 '86 용퇴론'과 차기 총선 공천권에 휘둘리지 않을 자율성도 갖췄다. 무엇보다 친문과 친명 간 계파 갈등이 치열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기대에 의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는 친문과 친명 모두 우 의원을 최소한 중립을 지킬 인사로 인식했다는 의미로, 비대위를 맡을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했음에도 친명계의 반발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5선의 이상민 의원과는 대조된다.
 
우상호(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박홍근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친문계 핵심이자, 차기 전대 출마가 유력한 홍영표 의원은 8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 의원 추대는)지금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어제 의총에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이견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시간적 여유 등이 없었다"고 말했다. 친명계 김용민 의원도 전날 가톨릭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소위 말하는 계파나 이해관계가 가장 적으면서 불출마 선언까지 했던 분으로서 중립적이고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지 않겠냐는 이유 때문에 추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86그룹 맏형 격으로 범친문으로 분류된다. 지방선거 이후인 지난 6일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을 겨냥해 "대권후보가 당권까지 쥐는 문제를 부정적으로 강하게 주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차출론이 일자 "선거에서 패배한 지도부를 바로 다음 선거에서 전략공천한 경우는 없었다"고 적극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우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며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이재명 의원의 신뢰와 연결된다.
 
친문 대 친명이 사실상 계파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 의원이 양쪽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우상호 비대위'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 의원과 함께 구성된 비대위원들도 우 의원과 뜻을 같이 한다기보다는 선수별 중지를 모아 구성된 타협 성격이 짙다. 이에 우 의원이 함께 혁신을 도모하기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당장 우 의원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 분석과 쇄신안 마련에 매달릴 경우 친명계의 거센 반발도 불가피하다. 현재 친문은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선거 패배 원인을 제대로 분석할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하는 반면 친명계는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형 비대위로 맞서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내 갈등이 야기되는 상황에서 최대한 무난한 인사를 한 것으로, 혁신형 비대위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사실상 관리형에 가깝다"며 "혁신을 하기에는 전당대회까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혁신형이 아니라 관리형에 가까운 인사로 앞으로의 행보도 전당대회 준비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우 의원 스스로 지난 대선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혁신의 대상인데 누구를 혁신한다는 말인가"라며 "말로는 혁신형이라고 하지만,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관리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 역시 비대위원장 선출에 앞서 지난 6일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는 어차피 전당대회까지 2개월을 관리하고 가는 '관리형 비대위'일 수밖에 없다. 비대위 역할이 크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비대위원장 선출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선거 패배를 수습하고, 전당대회 준비를 잘해 새 지도부가 잘 선출되도록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연직으로 비대위에 합류하는 박홍근 원내대표도 8일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 향후 역할에 대해 "지속적인 당 쇄신 변화는 정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지도부가 하는 게 맞다"며 우상호 비대위의 성격을 전당대회를 준비할 관리형으로 규정했다.
 
한편 이재명 의원은 7일 국회 첫 등원 이후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친명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의원의 대선 경선 때부터 그를 도왔던 측근 의원 9명이 참여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열심히 하겠다. 많이 도와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소통 강화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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