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할 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가 0.06%포인트 정도 오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3~4분기(9개월~1년) 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통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은행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 통화, 물가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한은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21년 5개월간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정한 결과 올해 1분기 현재 0.06 정도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가 0.06%포인트 오른다는 뜻이다.
환율의 물가 전가율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12월에는 제로 수준이었지만 이후 다시 높아지면서 0.06까지 올라갔다. 2017년 12월(0.06)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물가 전가율이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위기 회복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과 전반적인 물가오름세 확대 등으로 환율 변화에 따른 기업의 가격 전가 유인이 2010년대 중후반 저물가 시기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환율의 물가 전가율 추정 결과를 이용해 환율의 물가 상승 기여도를 파악한 결과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3.8%)에 대한 환율 기여도는 0.34%포인트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약 9% 정도다. 환율이 안정적이었다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6%로 낮아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환율 요인 외에도 수입 물가가 1.18%포인트, 기타 요인이 0.91%포인트 등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환율의 물가 전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상승기와 달리 수요와 공급 요인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환율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도 또 다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이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고, 향후 그 압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의 벡터자기회귀(VAR) 모형 분석 결과 현재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 전망치) 수준은 1∼4분기 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받고, 3∼4분기 후 물가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게다가 최근과 같이 물가 상승 속도가 빠른 시기에는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물가 정보를 자신의 기대에 빨리 반영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 사이의 상호작용이 더 강해진다는 것이 한은 관측이다.
이는 물가 상승기에 언론 기사 등을 통해 물가 관련 정보가 더 많이 제공되는 데다, 실질소득 감소로 경제주체의 물가 정보에 대한 민감도도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판매 가격 인상폭도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높아진 비용 압력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물가 상승 기대를 일부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수준, 원재료 가격 오름세 지속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기업의 가격 인상 요인이 상존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 5년 이상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의 경우 대체로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 수준에 들어 있지만, 최근 들어 물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은 관계자는 "큰 폭의 명목임금 오름세, 기업의 판매 가격 인상폭 확대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최근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이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확대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플레이션 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기대인플레이션 안정화를 위한 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 통화, 물가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