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철강 운송망이 마비되면서 조선업계가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후판값 인상,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측의 대금 미지급에 이어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여하는 인원은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명의 약 33%인 7200명으로 파악됐다.
이날 국토부는 “철강·시멘트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출하량이 감소하는 등 정상출하가 제한되고 있으나 사전 수송 효과로 아직까지는 물류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사흘째인 9일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기아차 광주공장 앞에서 안전운임제 확대 적용 등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선사들도 피해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달 러시아 선주가 LNG 운반선 셋 중 한 척의 건조 대금을 제때 내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해당 공사 수주 규모는 기존 1조137억원에서 6758억원으로 줄었다.
석탄과 철광석 등 원자잿값 상승으로 1톤(t)당 후판값도 2020년 약 67만원에서 지난해 113만원, 올해 120만원대로 올라 부담이 커졌다. 조선3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해 철강제 가격 인상분을 충당금 설정해 각 1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잇따른 위기에도 수주 호황과 선가 인상에 기대를 걸어온 조선사들은 화물연대 파업의 장기화 여부를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조선사에 후판 등 철강 제품을 납품하는 철강사들은 물류에 차질을 빚고 있다.
포스코(005490)는 육송 물량으로 하루 포항제철소 2만톤, 광양제철소 1만5000톤, 총 3만5000톤의 물량이 운송 지연되고 있다. 포스코는 제철소 내 제품창고 공간확보와 긴급재 운송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하루 물류차질 규모가 약 4만톤에 달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철소 규모가 커 당장은 공간 확보에 무리가 없다”면서도 “파업이 길어지면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 규모가 크고 복잡한 조선업 특성상 일시적인 파업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조선소에 공급되는 후판은 부피가 커서 육상과 해상을 가리지 않고 옮겨진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계 장비와 파이프, 배관, 각종 전기선과 철판 등 각종 부품과 기자재 공급이 막힐 수 있어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건조는 컨베이어 벨트 공정과 달리 오랜 기간 걸리는데다 어느 한쪽이 막힌다고 전체 작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공정 차질이 우려돼 언제까지 갈 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아직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조선소) 내부 차량이 있어서 단기적으로는 괜찮지만 러시아 사태처럼 길어지면 좋을 것이 없다”고 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 역시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재 운송에 영향이 우려돼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