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독보적인 고부가선박 점유율로 실적 개선과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고부가선박 수주에 힘입어 세계 수주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 리서치 조사 결과, 1월~5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 1625만CGT 가운데 한국은 734만CGT(45%), 중국이 716만CGT(4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계에서 한국이 중국을 앞선 때는 2018년 이후 4년만이다.
선박 크기를 재는 톤(t)수인 CGT 총계는 양국이 비슷하지만, 발주한 선박 수는 한국 148척에 중국 247척으로 차이가 크다. CGT가 비슷한데 한국 선박 수가 100척 가까이 적다는 건, 선박 건조 난이도가 훨씬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 선박 위주로 수주했다는 뜻이다.
한국 조선사들이 고부가 선박 수주에 힘입어 1월~5월 누계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조선3사는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선박 개발로 미래 시장선점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 (사진=현대중공업)
LNG선 경쟁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최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17만4000입방미터(㎥)급 LNG 운반선 4척 수주다. 해당 선박은 2025년 1분기까지 선주 측에 인도돼 카타르에너지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카타르는 연간 LNG 생산량을 기존 7700만톤에서 1억2600만톤으로 늘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카타르에너지는 지난 2020년 대우조선해양과 LNG운반선 선표 예약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해당 합의에 따라 건조되는 첫 선박들이어서 향후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조선사들은 친환경 고부가 선박 기술 선점을 위해 국내외에서 연구개발과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포집·저장 분야 연구기관 글로벌CCS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탈탄소 정책으로 탄소포집·저장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2050년에는 전세계 탄소포집량이 76억톤에 육박해 이산화탄소 운반선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사들은 선박의 화물 적재량을 높이고 LNG추진엔진을 넣어 환경규제에 대응할 계획이다. 김태우 현대글로비스 해운사업부장은 "한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글로벌 넷제로를 위해 탄소포집·저장은 필수적"이라며 "이번 세계 최대 액화 이산화탄소 전용 운반선 개발을 통해 관련 시장에 선제 진입하고,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탄소 배출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그리스에서 열리는 세계 3대 박람회 '포시도니아 2022'에 참석해 LNG 추진선, LNG 벙커링선 등 친환경 선박을 전시한다. 메탄올과 에탄 등 차세대 저탄소 연료 기술도 소개해 유럽 지역 고객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이달 초 독자 기술로 만든 저압 이중가스엔진(X-DF)용 LNG 재액화시스템인 '엑스-렐리(X-Reli)' 성능 검증에 성공했다. 엑스-렐리는 영하 163도의 극저온 화물창에서 자연 기화되는 LNG 증발 가스(Boil Off Gas)를 다시 액화시켜 화물량을 손실없이 보존하는 기술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LNG 가격 급등으로 LNG화물량 보존 기술에 관심이 커진 선사들의 수요 증가를 기대한다.
조선사들은 미래 주요 먹거리인 자율운항선박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큐트 마켓 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과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규모가 2357억 달러(약 29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HD현대(267250)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18만 입방미터(㎥)급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을 마쳤다.
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하는 자율항해 시스템 'SAS(삼성 자율 선박)' 연내 상용화가 목표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 자율운항선박 간 충돌 회피 기술 실증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반기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의 단계별 운항 시험을 시작한다. 지난해에는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원격조종 등 자율운항과 안전운항 관련 기술 시험을 마쳤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이번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대해 "대형 상선뿐만 아니라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까지 고도화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