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서 정신질환자 나온다"…국민의힘 역대 망언사는?

이부망천·인천촌구석·성남고담시…망언 릴레이

입력 : 2022-06-10 오후 4:17:1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임대주택 거주자 비하 망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임대주택에 못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정신질환자들이 나온다"는 그의 말에 비판이 쏟아졌고, 성 의장은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며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부망천'급 망언이다 라는 평이 나오는 만큼,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성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6.1지방선거 당선자 대회 및 워크숍' 특강에서 노후한 임대주택 거주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그는 "임대주택에 못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래서 정신질환자들이 나온다. 이건 방치할 수가 없다. 사회 문제가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법 개정을 해서 동네 주치의 제도를 운영하든지해서 (주치의들이)돌면서 문제가 있는 사람 상담도 하고 그분들을 격리하든지 이런 조치를 사전적으로 하지 않으면 국가가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지방선거 당선자대회 및 워크숍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정신질환자'·'격리' 표현에 논란이 커지자 성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임대주택의 열악한 거주환경을 설명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대해서 국가가 심리케어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하면서 나온 것임을 설명드린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야당은 바로 공세에 나섰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임대주택에 사시는 서민 비하 막말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할 소리냐"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이 된 국민의힘에게 국민이 보이질 않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 의장의 인식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자녀를 천대시하는 천박한 사람의 인식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잘 나가던 국민의힘이 망언으로 수세에 몰린 일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이 있다.
 
'이부망천'은 2018년 지방선거를 6일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변인이었던 정태옥 전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한 프로그램에서 "서울에서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거기서 또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망언을 했다. 인천과 부천을 두고 서울에서 불행해지거나 생활이 힘들어진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곧 비난이 쇄도했다. 인천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정 전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정 전 의원은 결국 발언 후 3일 만에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선거기간 내내 '인천 비하' 논란에 시달렸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당시 유정복 자유한국당 인천광역시장 후보(35.44%)는 박남춘 민주당 후보(57.66%)에게 22.22% 포인트 차로 대패했다.
 
2년 뒤인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인천 비하발언이 이어졌다. 인천을 '촌구석'이라고 낮춘 것이다. 정승연 미래통합당 후보(연수구 갑 선거구)는 당시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선거사무소를 방문하자 “존경하는 유 대표께서 인천 촌구석까지 와 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 후보는 "스스로를 낮추는 겸양의 의미였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 촌구석' 발언에 분노해 바로 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시 인천은 민주당 소속 박남춘 시장의 직무수행평가가 낮아 불리했던 형세였다. 하지만 인천시민들의 분노에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인천지역을 11대 2로 가져가며 압승을 거뒀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성남 분당갑에 출마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전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분당, 성남 주민들은 전임 시장과 도지사 등의 법적·도덕적 타락으로 인한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자이며 고통스러운 불명예를 안고 사시는 분들로, 분당·성남·경기도의 리더십 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그 과정에서 "성남시는 '조커가 판치는 고담시'로 전락했다"고 비유했다.
 
고담시는 영화 배트맨의 배경이 되는 도시로 범죄가 판치는 타락하고 위험한 도시로 묘사된다. 안 의원의 발언은 성남시를 민주당이 12년동안 시정했지만 발전이 안 됐다는 지적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민주당은 "성남시민들의 자긍심을 짓밟는다"고 지적하며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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