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50일만에 잠행을 끝낸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11일 북 콘서트 열고 "제 인생에 정치가 같이 녹아있다"며 "정치인 유승민을 생각해주셨고 여러분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선릉역에 위치한 북카페 '북쌔즈'에서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 제목의 출판 기념회 겸 북 콘서트를 열었다. 앞서 4월22일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전 의원에게 패배 후 한달 반 정도 잠행에 들어갔다.
11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북쌔즈에서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라는 책 출판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유승민 전 의원 측근 제공)
경제학 박사 출신의 유 전 의원은 이 책에 '경제통'인 그의 시선과 정치적 철학, 신념을 담았다. 지난달 30일에 출간 된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는 과거 스승에게 들은 이야기에서 책 제목을 따왔다. 1983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유학한 그는 존 러스트 교수가 첫학기 시험 어렵게 내고 "야수의 본능을 따르라"고 말한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말은 유 전 의원이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설 때마다 길잡이가 된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유 전 의원은 북 콘서트 대담에서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대한민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성장이다"라고 강조하며 "(저는)보수정치인 중에 복지·분배에 가장 전향적인 생각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 책에서 복지는 정책 영역이고 성장·생산은 시장의 영역인데 이 영역에서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양극화·불평등·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며 책 내용을 전했다.
북 콘서트 행보가 정계복귀 신호탄일지 주목된다. 그는 "제 안에 야수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생각해봐야겠지만 저에게 자꾸 새로운 길을 찾아라"라고 한다며 "(혜택을)우리 사회·공동체에게 돌려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새로운 길이 뭔지 구체적으로 아직 이야기를 안해줬다"고 했다.
북 콘서트 말미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깜짝 방문해 유 전 의원을 응원했다. 그는 참석자들을 향해 "여기 계신 분들은 여러 아쉬움들이 있는 한 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항상 사이클을 탄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 노력한 것이 항상 보상받기 마련이기 때문에 항상 여러분이 바라는 방향, 정치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면 빛을 본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그 길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11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자신의 북 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유승민 전 의원 측근 제공)
이날 북 콘서트가 열린 현장에는 유 전 의원을 보러온 팬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특히 학생을 비롯해 2030세대가 많이 모여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유 전 의원의 갤러리(온라인커뮤니티)를 보고 왔다며 입을 모았다. 어머니와 함께 동행한 권혁석(16)은 "보수는 틀렸다거나 인정 잘 안하는데, 유승민 전 의원은 깔끔하게 틀렸다면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분이다. 기존 보수와 다르게 올바르고 혁신적인 분이라서 그 신념에 공감하고 팬이어서 왔다"고 했다. 20대 김모씨는 "갤러리를 보고 왔다"며 "오늘 온 사람들은 거의 다 팬심으로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유 전 의원의 북 콘서트가 정계 복귀 초읽기로 해석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김은혜 전 의원이 당선됐으면은 재등장할 여지가 없지만, 김 전 의원이 진 것은 진 것"이라며 "김은혜가 아니라 유승민이 나왔더라면 됐을 거야 이런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구가 아닌 수도권을 정치 기반의 터전으로 삼기 시작했으니 북 콘서트가 새로운 등장과 정치적 약진에 신호탄이라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